[미디어펜=조성준 기자]폐플라스틱 재활용이 석유화학 업계의 신사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들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4억 달러(58조1200억 원)에서 2027년 638억 달러(81조6800억 원)로 40.5%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연평균 7.4%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며 2050년 폐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6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 LG화학, 친환경 사업 채용 늘리고 제품 개발 속도
석유화학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은 재활용 시장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최근 ESG 컨퍼런스를 연 LG화학은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적극 추진 중이다.
우선 기술을 보유한 인력 확보에 한창이다. LG그룹 공식 채용홈페이지 LG커리어스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5일부터 C-PCR(화학적 재활용) 개발을 담당할 경력사원 모집 채용을 시작했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 재활용해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과정 예시./사진=LG케미토피아 홈페이지 캡처
채용된 경력사원들은 입사 후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화학적 재활용 공정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폐플라스틱 원료 검증·분석 및 공정 최적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스케일업 설비 운용과 공정을 개발하는 업무도 함께 맡을 예정이다.
LG화학은 이번 공고에서 최소 관련 전공 석사학위 이상과 고분자 관련 공정 기술 개발 경험 만 12개월 이상 보유자를 지원 자격으로 내걸었다. 근무지가 대전 유성구임을 감안할 때, 채용 인원은 LG화학의 핵심 R&D(연구개발)를 담당하는 대전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부터 자체 개발한 친환경 가소제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가소제는 PVC의 유연성과 탄성을 향상하는 필수적인 첨가제로 주로 바닥재, 자동차 시트 등에 쓰인다. LG화학의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탄소 발생량이 대폭 줄어든 제품으로 북미에서 생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이전에도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기저귀 출시와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리모컨, 셋톱박스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 착공을 통해 탄소 중립 및 자원 선순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 SK이노, 울산에 플라스틱 재활용 허브 구축 중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을 통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ARC(첨단 재활용 단지) 공사에 한창이다. 울산ARC가 완공되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플라스틱 재활용 허브가 탄생하게 된다.
울산 ARC는 SK이노베이션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들어선다. 단지 구축엔 총 1조8000억 원이 투입된다.
단지가 완공되면 매년 폐플라스틱 32만t을 이곳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매년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9%에 달하는 물량이다.
SK지오센트릭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울산 ARC' 조성을 위해 미국의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관계자들과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진행된 양사 기술 협의 자리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이곳의 특징은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데 모았다는 점이다. 다양한 종류이면서 오염도가 천차만별인 플라스틱을 처음 상태로 되돌려 플라스틱은 물론 섬유·원사까지 생산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를 가동하고, 추후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 롯데케미칼, 2030년 재활용 플라스틱 100만 톤 판매 목표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재활용 중에서도 열분해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 ‘Every Step for GREEN’이라는 슬로건 및 비전 '그린 프로미스 2030'를 발표하고, 수행 전략으로 △넷제로 △순환과 공존의 사회적가치 창출 △그린 이노베이션 등 세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로드맵에서 롯데케미칼은 2021년 물리적 재활용 제품(r-ABS, r-PC)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 화학적 재활용 제품인 r-PET 생산, 2025년까지 열분해 납사 상업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 100만 톤 이상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열분해납사 예시./사진=롯데케미칼 홈페이지 캡처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누적 투자액 1조 원을 투입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 매출은 2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열분해유 사업에서는 경쟁사들보다 앞섰다는 평가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가열해 뽑아낸 기름이다.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재료인 납사를 추출하는 동시에 친환경 원유를 재생산할 수 있어 부가가치가 높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폐플라스틱 기반 열분해 납사를 원료로 투입해 폴리카보네이트(PC) 상업 생산 및 고객사 공급에 나섰다.
현재는 열분해 납사를 투입해 폴리머(PE·PP·PET·PC·ABS) 생산 기반을 구축 완료하고, 폴리카보네이트(PC)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을 만들고 있다.
지난 9월 해당 제품 통합 브랜드인 ECOSEED(에코시드)를 출범, 관련 연구개발에 나서는 등 사업 확대하고 있고, 지난 2021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 함께 일간 1톤 규모 연속식 열분해 공정 기술 개발 정부 과제를 수행 중이다.
또한, 올해까지 납사 내 염소 제거 기술, 납사 분리 기술 등 자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사들이 앞다퉈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재활용 신기술과 이를 실제 공정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석유화학 업계의 기술 선점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