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미래 배터리로 불리는 리튬메탈 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1회 충전으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행거리(약 600km)보다 50% 향상된 900km 이상 달릴 수 있어 전기차 혁신을 가져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리튬메탈 배터리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기술 경쟁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 주행거리 50% 향상된 파워풀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와 함께 3대 미래 배터리로 여겨진다.
LG에너지솔루션 측 설명에 따르면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하면서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음극재의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KAIST-LGES FRL 리튬메탈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자료=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1000Wh/L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리튬메탈전지의 경우 음극 표면에 발생하는 '덴드라이트(Dendrite)'와 액체 전해액에 의한 지속적인 부식(Corrosion)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위협하는 한계로 지적돼 왔다. 덴드라이트는 전지 내 리튬의 전착 과정에서 리튬 이온의 적체 현상에 의해 형성되는 수지상의 리튬 전착 현상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 결정이 생기는 것을 막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결정이 생기면 열을 일으켜 불이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리튬메탈의 덴드라이트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각국의 연구진들은 리튬 메탈의 표면을 코팅하거나 전해액의 구성 요소를 최적화하거나 첨가제를 도입하는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 완성차 제네럴모터스(GM)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 LG엔솔-KAIST, 덴트라이트 해결 실마리 찾아
지난 7일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 연구팀은 가시적인 연구 성과를 냈다.
최대 965km(600마일) 주행이 가능한 리튬메탈 배터리를 선보였는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약 50% 이상 주행거리를 늘렸다. 또한 충·방전 효율과 수명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 팀은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붕산염-피란(borate-pyran) 기반 액체 전해액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 전해액은 충·방전시 리튬메탈 음극 표면에 형성되는 수 나노미터 두께 고체전해질 층을 치밀한 구조로 재구성해 부식 반응을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리튬메탈전지의 충·방전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1회 충전에 900㎞ 주행이 가능할 만큼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4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할 만큼 내구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해당 연구 논문은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가 2021년 설립한 공동연구센터 FRL(Frontier Research Laboratory)이 2년여 연구 끝에 거둔 성과다.
치차오 후 SES AI 코퍼레이션(SES)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제3회 'SES 배터리 월드'에서 새로운 폼 팩터(형태)인 프리즘형 리튬메탈 셀을 공개하는 모습./사진=SES AI 제공
◆ SK·현대차 투자하는 美 SES, 개발 경쟁 가장 앞서
미국의 SES AI(구 솔리드에너지시스템)는 현 시점에서 리튬메탈 배터리 상용화에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된다.
SES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배터리월드 행사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 한곳과 리튬메탈 배터리 B샘플 양산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개발 단계는 시제품인 A샘플, 차량에서 작동되는 B샘플, 상용화 수준인 C샘플로 나뉜다. 이번 협약 발표로 리튬메탈 배터리가 실제 구현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된다.
SES는 2021년 현대차그룹,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들과 A샘플에 대한 JDA을 맺은 바 있는데, 이중 한 곳과 우선 B샘플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B샘플 단계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업계 최초다.
SES의 2대 주주는 SK㈜이며, 현대차그룹은 전략적 투자자로 관계를 맺고 있어 한국 배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다.
현대차와 SES는 오는 2025년 초 리튬메탈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ES의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은 곧 SK와 현대차의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 성공으로 봐도 무방한 셈이다.
한편, 삼성SDI는 리튬메탈 배터리가 아닌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의 개발 시점, 완성도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 판도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메탈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상용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근 연구 진도를 고려하면 시간문제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