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기존에는 제조 중심의 하드웨어가 강점이었는데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를 점찍고 관련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AI는 향후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도 확대하고,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 2050년까지 글로벌 7위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18일 특허검색시스템 키프리스에 따르면 KAI는 지난달 ‘KAIGEN’ 상표를 출원했다. 해당 상표는 GPS 항법, 위성항법, 증강현실(VR), 디지털 영상처리, 컴퓨터 그래픽 등 다수의 소프트웨어가 관련 지정상품으로 등록돼 있다. KAIGEN 상표 등록은 KAI가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에 나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KAI의 T-50 고등훈련기./사진=KAI 제공
KAI는 기존에는 완제기와 항공기 부품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을 영위해왔는데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VR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 항공기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제어 방식이 탑재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역량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KAI는 소프트웨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와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소프트웨어 분야에 올해부터 2027년까지 3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연구개발 투자비 1조5000억 원 중 22%에 해당하는 규모다.
향후 투자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3조 원을 연구개발에만 투자한다는 계획인 만큼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도 증가가 예상된다. KAI는 현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현재 유무인 복합체계, 위성의 AI 영상 분석 등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 항공기는 단순히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동안 KAI의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소프트웨어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진행한 연구개발직 인력 모집에서는 4개 분야 중 4개 분야 모두 소프트웨어(인공지능·시뮬레이터·항공전자·위성제어)에 해당했다. 하반기 역시 연구개발직에 해당하는 11개 분야 중 절반이 넘는 분야가 소프트웨어(항공기·인공지능·시뮬레이터·시뮬레이터 시스템·비행제어·체계종합·ISP 등) 관련 분야였다.
KAI는 완제기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KAI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을 설정하면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수출에서 소프트웨어의 한 분야인 비행 시뮬레이터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해외에서 시뮬레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성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비행 시뮬레이터도 함께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메타버스·VR로 대표되는 비행 시뮬레이터의 성능을 지속 강화하고 있으며, 완제기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KAI는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으로도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이 사업에서도 비행 시뮬레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와 함께 수출 확대, 민수기체 시장 확대, 차세대 주력사업 발굴 등을 통해 2050년 매출 40조 원, 글로벌 7위 항공우주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강구영 KAI 사장도 이러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 사장은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잘 다룰 수 있어야 좋은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으로 체질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