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여야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쟁점 예산안 두고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산안 처리는 이미 법정 시한(12월 2일)을 18일이나 넘긴 상태다. 만약 이날까지 예산안 처리가 되지 않아 28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국회 선진화법 이후 '최장 지각'라는 오명을 남기게 된다.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656조 9000억원 규모의 예산안 중 56조 9000억원 규모의 주요 항목별 증·감액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최대 쟁점이었던 R&D 예산 증액문제는 합의를 이뤘지만, 새만금과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지역 화폐 등의 쟁점 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구성된 예산안 2+2 협의체는 어제(19일)까지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민생 예산안을 볼모로 지역화폐 등 현금성 살포성 '이재명표 하명 예산' 은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 업무추진비를 삭감하고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등의 예산을 반드시 증액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은 정부·여당과 이날까지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자체적으로 준비한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만약 내일(20일)이라도 협상이 가능하다면 준비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이달 21~22일까지는 충분히 협조할 수 있다”면서도 "합의가 안 되더라도 민주당이 준비한 수정안을 제출해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생 예산을 볼모로 이재명 하명 예산을 받겠다는 속셈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지난 이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약자 복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국방, 치안 등 국가의 기본 기능 강화에 중점을 두고 편성한 민생예산안"이라며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에선 지금까지도 계속 이재명 대표 하명 예산을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태도로 정부의 민생예산안을 볼모로 잡고 수정안 단독 처리까지 운운해 가며 예산안 처리에 소극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라고 비판했다.
만약 이날 오전까지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산안은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게 된다.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였던 지난해 기록(12월 24일)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여야는 이날 밤샘 협상을 통해서라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오는 21일이나 22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단독 의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민주당이 수정안 단독 의결 시 정부 예산을 감액할 수는 있지만 자신들이 요구한 예산을 증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20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야당의 예산안 단독 통과는 해서도 안 되고 한 적도 없다"라며 "말이 안되는 이야기고, (민주당)이 엄포만 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협상을) 빨리 해야, 시트 작업도 하고 오늘 중으로 되는데, 만약 오후에 합의가 되면 오늘 중으론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야당이 합의를 안 해주면 최악의 경우 밤샘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도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본회의를 연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이양수·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예산안을 20일 본회의까지 처리한다'는 내용의 12월 임시국회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