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V조선 |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중국이 9월 3일 '중국인의 항일전쟁 승리 및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시진핑 체제의 최대 이벤트로 삼고 있다.
중국의 이번 열병식은 신중국 성립 이후 처음으로 거행되는 국경절 외 열병식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열병식은 2009년 10월 1일 국경절에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거행됐다.
중국 국방부는 이미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전략미사일 부대의 열병식 참가와 일부 신형무기 공개 등을 확인하며 이번 열병식이 급성장한 중국군의 모습을 과시하는 무대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이벤트는 시 주석의 세계를 겨냥한 '전략적 포부'와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수십 년 간 대외정책에서 '도광양회(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르며 기다린다)', '화평굴기'(평화롭게 일어나다)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런 소박해보이는 기조는 시진핑 체제 들어 완전히 깨졌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프랑스를 방문해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라고 선언하며 신지도부의 대외정책이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뜻)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시사했다.
신중국 성립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경절 외 열병식이라는 점 역시 시진핑 체제가 역대 지도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열병식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동북아의 패권을 놓고 중국이 미국, 일본과 한참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열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북아를 넘어 세계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은 대중 포위망을 더욱 좁히며 아시아에서의 패권적 지위를 넘겨주려 하지 않고 있다.
집단자위권 확대 등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는 일본의 견제 대상도 '굴기'하는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근년 들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을 놓고 전개된 이들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는 이들의 갈등이 이미 위험수위에 와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이 이번 열병식을 미·일의 대중포위에 대한 반격 능력을 과시하고 러시아 등 전략적 우방들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무대로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들이다.
중국군 고위 당국자는 열병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열병식의 목적은)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강력한 입장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의도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 열병식의 목적이 군사적 패권을 노골적으로 과시하는데 있다고 보고 동맹국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찌감치 열병식 참석을 확정하고 중러간 신밀월 관계를 재연출할 것임을 예고했다. 중러 양국은 오는 20일부터 연해주 앞바다에서 합동군사훈련도 전개한다.
러시아 이외에 정상의 참석을 확정지은 국가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과 몽골 정도가 꼽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열병식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조만간 참석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열병식 참석과 별도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중할 경우 한·중·일 정상회담도 예상해볼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달 중국인민지원군에 두 차례 경의를 나타내고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 묘지에 화환을 보내는 등 북중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방중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거침없는 '군사굴기'(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는 결국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 등 주변 국가들의 군비 강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적지않다며 당분간 동아시아 긴장 수위는 계속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베이징 관측통들은 취임 이래 전방위적인 반부패 캠페인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등을 통해 정치, 군사적 장악력을 높여온 시 주석이 이번 열병식에서 1인 권력 체제를 더욱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