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감독 당국이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BNP파리바·HSBC에 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는 등 ‘불법 공매도 단속’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내년 4월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상황 속에서 당국이 비판 여론을 잠재울 정도로 확실한 제도 개선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감독 당국이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BNP파리바·HSBC에 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는 등 ‘불법 공매도 단속’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사진=김상문 기자
22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외국계 금융사에 ‘역대급 과징금 부과’를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무차입 공매도를 한 BNP파리바와 HSBC 등에 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 중이다.
이 사안은 지난 20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정례회의 안건에 올랐지만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금감원 계획대로 과징금이 증선위에서 의결될 경우 불법 공매도 관련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사례가 된다.
한 가지 특이사항은 둘 다 외국계 금융사라는 점이다. 심지어 이번 사례가 처음도 아니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 10월에도 BNP파리바 홍콩법인이 2021년 9월~2022년 5월에 걸쳐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사실을 적발한 바 있었다.
홍콩 HSBC도 2021년 8~12월에 걸쳐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 사례는 금융위가 지난달 6일부터 국내 증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게 만드는 일종의 도화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인 공매도는 국내 증시에서 내년 4월까지 전면 금지된 상태다. 다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부터 내는 방식의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 이전부터 불법 행위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외국계 금융사들에 의해 무차입 공매도가 성행한다는 비판이 시장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됐고, 당국이 적극적인 제재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은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으로 연결되곤 했다.
당국이 내년 4월부터 공매도 제도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업계 안팎에서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당국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과징금 규모로 확인된다.
이번에 기록이 깨지기 전까지 증선위가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 역시 최근 사건들이다. 당국은 지난 3월 ESK자산운용에 대해 38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UBS증권에도 21억8000만원을 부과했었다. 역시 모두 외국계 금융사들이다.
관건은 내년 4월까지 금융당국이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을 매듭지을 수 있느냐로 좁혀진다. 일단은 벌금 등 처벌 수위를 강력하게 높이는 쪽으로 개선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론의 반대와 주가 폭락 가능성을 무릅쓰고 공매도 전면 재개를 단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조치가 ‘내년 4월’이라는 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 역시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 (과징금 부과) 사례로 보면 당국이 공매도 문제에 대해 분명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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