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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승희 신경제학①]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을 찾다

2015-08-17 07:13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폭넓은 학술활동을 통해 기업정책 및 경제발전 연구에 매진한 ‘기업경제’ 전문가다. 좌승희 석좌교수는 양극화와 저성장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답,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동반성장 기조를 회복시킬 방안에 대해 기존 주류경제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좌승희 석좌교수는 주류경제학이 놓쳐온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장 업적을 삼위일체 경제발전론으로 재해석한다. 이와 더불어 좌승희 석좌교수는 오늘날 세계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고난도의 경제문제와 더불어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박정희 시대의 기업부국패러다임 속에 있음을 밝힌다.

주류경제학이 놓쳐온 이러한 기업경제 원리를 좌승희 교수는 ‘신경제학’이라 지칭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좌승희 석좌교수의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 찾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해당 글은 5절 중 1절이다. 원문의 출처는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포럼이다.* [편집자주]

 

   
▲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 회장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을 찾아: 한강의 기적과 그 교훈

한국은 개발연대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과 아주 양호한 동반성장을 달성함으로써, 당대 최고의 동반성장을 실현하였다(World Bank, 1993). 1) 이를 일컬어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개발연대이후 근 30년가까운 기간을 개발연대의 잘못된 경제정책패러다임을 시정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한다고 애를 써왔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전혀 원치도 않았고, 더구나 목적하지도 않았던 결과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글은 첫째, 자원도 없고 국토도 두 동강이 나고 그나마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폐허의 한국 땅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최고의 동반성장의 기적은 어디서 왔나 라는 질문과 둘째, 그럼 그동안 선진국 따라 한다고 애써온 선진화노력은 왜 저성장과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는가, 셋째, 지금의 저성장과 양극화를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 동안 신고전파 주류 경제성장·발전론은 이 들 문제의 원인에 대해 견강부회(牽强附會)없이 일관된 설명과 답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개발연대의 정책을 반교과서적인 이단적 정책으로 보는 반면 그 이후 지난 30여 년간 개발연대와 반대로 한 정책을 교과서에 따른 정상화과정으로 보는 기존의 시각으로는 개발연대와 그 이후의 상반된 경제적 성과를 설명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기존의 이론을 변용한 새로운 경제성장·발전이론을 바탕으로 일관된 논리로 위의 질문에 대한 설명과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이 새로운 경제발전이론은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경제발전사를 설명하는데도 유용하다.

제1절에서는 새로운 이론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제2절에서는 이 이론에 따른 경제발전정책원리를 제시한다. 그리고 제3절에서는 한강의 기적의 성공요인을 설명한다. 제4절에서는 개발연대 이후 정책 패러다임과 그 문제점을 규명한다. 마지막으로 제5절에서는 오늘날의 경제양극화의 원인과 대책을 제시한다.

1. 경제적 차별화원리에 기초한 삼위일체 경제발전론 2)

1) 경제발전과정의 특이성과 시장의 실패가능성

주류경제학에서는 마차를 10개를 만들던 경제가 자원배분을 잘해서 100개를 만들어 내는 것을 경제발전이라 하고 있는데 그러면 생산성이 10배가 올라가고 소득이 10배가 올라간다고 본다. 이는 질적 변화가 전혀 없는 양적 변화만을 이야기 하는 셈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경제발전은 나라의 경제가 더 복잡해지고 차원이 높아지면서, 마차를 만들던 경제가 기차를, 나아가 자동차를 나아가 비행기를 더 나아가 우주선을 만들어 내는, 다시 말해 본질적으로 질적 변화를 수반하는 경제변화과정이라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 인류는 19세기 산업혁명과정에서 오늘날의 유한책임주식회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인 기업조직을 발명하였다. 이 조직이 지난 200여년의 세계경제의 산업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를 위시한 현대, LG, SK 등의 대기업집단이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중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러한 경제발전과정은 경제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고차원의 시스템으로 창발하는 복잡계 현상으로 비유할 수 있다. 최근의 복잡성과학의 주장에 따르면 고차원으로의 시스템의 창발과정은 열역학 제2법칙을 따른다고 한다. 이 법칙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 불리는데, 닫힌계는 궁극적으로 엔트로피, 즉 무질서가 극대화되어 소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으로 어떤 시스템이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열려있어야 하며, 외부와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야만 창발할 수 있다는 명제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창발이란 특정한 의미를 갖는데, 전체가 부분의 선형적 합보다 크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러기 위해서는 부분간의 상호작용이 소위 시너지의 창출을 통해 더 큰 전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시너지란 1+1>2 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것이 바로 상호작용의 비선형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와 같이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커지는 현상을 창발이라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시너지란 일종의 힘의 증폭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너지의 창출은 창발의 필수조건이다. 경제학적으로 경제적 도약이라는 예컨대 마차에서 자동차경제로의 경제발전은 바로 복잡경제의 창발과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비선형적 상호작용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복잡성과학이나 경영학 등에서는 시너지창출을 부분간의 신비한 힘의 주고받음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성공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이다. 그런데 이 과정의 특징은 서로 간의 열린 접촉 속에서 상대방의 성공노하우를 무상으로 복제하게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복잡계의 창발을 위한 비선형적 상호작용은 바로 상대방의 성공노하우를 복제하여 무임승차하는 문화적 진화과정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3) 그런데 경제학적으로 보면, 무임승차는 바로 버스회사의 파산을 초래하는 것과 같이 시너지원천인 성공노하우의 창출자들은 결국 이 세상에서 사라지거나 소수로 전락하게 되고 경제의 창발은 그만큼 어렵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무임승차 때문에 시너지를 낼 인재나 기업들은 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고 궁극적으로 경제의 창발은 어렵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정리하면, 복잡계의 창발은 바로 우리 주위에 우리보다 더 훌륭한 성공의 모델들을 두고 그들을 벤치마킹하여 서로 시너지를 창출, 공유함으로써만 가능해 진다. 따라서 나보다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창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이들을 무임승차하여 충분히 보상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흥하는 이웃은 안 생기거나 소수가 되고 창발은 그만큼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제발전은 그 과정서부터 창발을 막는 특이한 무임승차현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발전은 언제 어디서나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2)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반적 인센티브구조

따라서 경제발전을 일으키기 위한 제일의 전제조건은 세상의 시너지원천인 성공노하우를 창출하는 흥하는 이웃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보장함으로써 너도 나도 흥하는 이웃이 되고자 노력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해 성공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경제적 부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들 개개인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조그만 개울이 모여 큰 지천이 되고 이게 모여 큰 강이 되듯, 물밀 듯이 일어나야 국민경제의 도약을 이룰 수 있다. 국민개개인들이 모여 기업을 만들고 기업들이 연대해서 더 큰 힘으로 성장하고 끝없이 새로운 재화를 만들어내어야 경제가 창발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모든 국민들이 열화같이 이 경제창조의 대열에 나서게 되는 것인가?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세상으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노력해서 성과를 이룬 만큼, 즉 경제에 기여한 만큼 사회가 나를 합당하게 대접하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내가 사회로부터 받는 경제적, 혹은 정신적 보상이 내가 개인으로서 혹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만큼 충분한가하는 각 국민개개인이 느끼는 만족감이 바로 국민들의 일할 동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바로메타이다. 금전적 보상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회가 나를 얼마나 인정하고 있느냐 도 내 만족의 큰 부분이 되는 것이다.

   
▲ 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정주영 현대창업주, 이병철 삼성창업주, 박정희 대통령(왼쪽부터). 한국은 개발연대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과 아주 양호한 동반성장을 달성함으로써, 당대 최고의 동반성장을 실현하였다(World Bank, 1993).

경제발전은 그래서 그 사회의 경제적 보상체계가 얼마나 공명정대하게 정립되어, 국민 개개인을 만족하게 일터로 이끌어내느냐에 달려있다. 만일 국민들이 자신들이 기여한 만큼 대접을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사회에는 너도 나도 일안하기 운동, 즉 사보타지(sabotage; 태업)에 빠져 결국 경제적으로 몰락하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이란 대접받는 만큼만 노력하는 법이다.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계속해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누가 열심히 하겠는가? 국민 개개인은 그래서 사회로부터 대접받는 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법이다.

그래서 경제발전의 제일의 법칙은 국민 개개인에 만족스럽게 보상을 하는 사회는 발전하지만, 즉 일해서 내어놓는 성과에 따라 차등을 잘해서 열심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엄격히 차별해서 대접하는 사회는 발전을 만들어 내지만 그렇지 못하여 열심히 성과를 내나 안내나 무차별적으로 평등하게 대접하는 사회는 발전을 못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경제발전의 원리란 아주 간단하고 명쾌해 보인다.

그러나 이미 지적한데로 경제의 창발과정이 바로 성공노하우의 무임승차를 수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성과와 보상의 일치를 보장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누가 경제주체 개개인들의 성과를 감시하고 보상을 차별하는 일을 해낼 것인가 하는 질문에 이르면 문제는 아주 복잡해진다.

3) 시장은 보상의 차별화장치, 그러나 시장만의 힘으로 발전은 어렵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경제라는 시각에서 보면 바로 “시장”이라 일컬을 수 있다. 시장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인 셈이다.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을 차등하는 일은 누가 하는가? 바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름인 시장이 그 일을 하게 된다. 시장에는 각종의 우리의 또 다른 모습들이 활개 치며 우리를 감시하고 평가하고 차별하는 일을 한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재화를 공급하는 기업들을 평가한다. 시장에서 소비자로서 우리가 하는 일이란 바로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구미에 맞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과 개인들에게 더 많은 구매력(돈)으로 투표함으로써 우수한 경제주체들에게 경제력을 집중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성과를 내는 훌륭한 기업들을 골라 더 많은 자금을 융자해 줌으로써 잘하는 기업들을 더 잘되게 하는 일을 한다.

증권시장의 투자가들은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함으로서 잘하는 기업들을 잘되게 도와준다. 학교 문을 나서는 청년들은 너도 나도 좋은, 장래성 있는 기업에 취직하려 하며, 그래서 우수한 인력들은 바로 잘하는 기업들에 취직하여 이 기업들을 잘되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일류 기업들은 바로 우리나라의 일류인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럼 기업들은 허구한 날 남들한테 평가만 받는가? 아니다. 기업들은 이 세상의 최고인재들을 뽑기 위해 우리 모두를 엄정히 평가하고, 주위에서 최고의 기업들과 협력하고 거래하기위해 기업들을 엄정히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이란 실제로 우리 모두를 성과에 따라 차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데, 이러한 차별적 선택과정이 바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최고의 시너지 파트너를 찾아 경제적 생존과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인 것이다. 스스로 도와 성공하는 사람이나 기업만 선택해서 지원해 주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 모두로 이루어진 시장이 하는 일인 것이다.

시장의 선택과정은 결과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경제주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이용을 허락함으로써 흥하는 이웃을 만들어내고 성공노하우를 양산하여 사회 구성원모두가 더불어 창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셈이다. 물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경제력 집중과,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지만, 이런 시장의 선택 압력 때문에 우리 모두는 동기가 부여되어 너도 나도 성공하여 선택 받으려 노력하게 되고 결국 이 과정에서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셈이다.

   
▲ 그 동안 정부의 경제발전 기능에 대한 찬반논쟁은 많았으나 어느 쪽도 정부의 기능을 적절히 구명해내지 못했다. 정부는 항상 스스로 도와 흥하는 이웃이 되어 남에게 성공노하우를 전파하는 경제주체들을 우대해야한다. 이를 통해 다른 모든 이웃들에게 발전의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흥하는 이웃들을 양산하여 성공문화유전자가 전 경제에 전파되어 시너지창출이 원활해지고 경제가 창발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현실의 시장은 이 일, 즉 ‘경제적 차별화기능’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다. 시장에서의 모든 거래는 거래대상 재화의 거래조건에 대한 쌍방 간의 자발적 합의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합의에 이르기 위한 협상과정이 수반되며, 거래대상 재화의 성격이 복잡해질수록 합의를 위해 많은 시간, 노력, 현금지출 등의 비용이 수반된다. 이를 일컬어 거래비용이라 한다. 성공노하우라든가, 시너지라는 재화는 신비할 정도로 형체가 모호하고 확인이 어려워 거래조건에 합의하기가 불가능한 재화이다. 거래비용이 감당할 수 없게 높다는 의미이다.

사회 또한 지적재산권제도 등 각종의 시장제도를 통해 무임승차를 줄이려 하지만 형체가 모호한 재화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재화들은 공식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렵고, 어쩔 수 없이 공기처럼 자유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설령 성공노하우의 무임승차가 있음을 알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승객들 모두에게서 차비를 일일이 받아내는 일을 더구나 쌍방 간의 합의에 의해 한다는 것이 너무나 많은 불편과 비용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너지나 성공노하우를 창출하는 흥하는 이웃은 무임승차당하지만 시장은 무단복제를 막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기능은 실패에 직면하게 된다. 시장만의 힘으로 시너지 혹은 성공 노하우의 원천인 흥하는 이웃들에게 흡족한 보상을 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시장만의 힘으로 복잡경제의 창발 (발전) 또한 어려운 것이다.

4) 기업의 성공 없이 경제발전은 어렵다

인류는 19세기 산업혁명과정에서 오늘날의 유한책임주식회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인 기업조직을 발명하였다. 이 조직이 지난 200여년의 세계경제의 산업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다. 왜 그럴까? 기업은 시장보다 더 효과적으로 성과평가와 보상을 일치시킴으로써 무임승차현상을 내부화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성공노하우의 창출에 능한 일류인재들을 모두 기업조직원으로 고용하여 서로 무임승차를 통해 시너창출을 극대화하게 하고 각자에게 성과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차등지급하여 동기를 부여하고 남는 부분을 수익으로 삼는 조직이 기업인 것이다. 이제 무임승차문제는 시너지의 창출과 무임승차가 같은 기업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각 구성원들에게 그 기여만큼 정확한 보상만 한다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결과로서 창출되는 재화와 서비스는 조직원이아니라 기업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기업은 시장보다 성과와 보상의 일치작업을 더 잘할 수 있는 것인가? 기업은 시장에 비해 조직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시장과 달리 수직적 명령조직으로서 조직원을 포함 내부의 자원배분을 당사자 간의 합의가 아니라 CEO의 명령에 의해 결정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기업내부의 모든 거래는 시장거래와 달리 거래비용을 회피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내부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CEO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바로 조직원들과 각 자원의 조직에 대한 기여를 평가하여 보상을 일치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CEO란 조직 안에서 기업구성원들의 성과를 지근에서 감사하고 평가하는 최고의 전문가를 의미하며 이일을 잘하는 기업만이 성공기업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래서 기업은 시장이 하기 어려운 시너지(혹은 성공노하우)창출자들에 대한 경제적 차별화기능(성과에 따른 차별적 보상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일으키는,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장치이다.

결국 기업은 그 자체가 복잡계로서 그 내부의 자원과 조직원들 간의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활성화시켜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함으로써, 자신의 창발은 물론 전체경제의 창발을 이끌어내는 장치이다. 더구나 유한책임주식회사는 전(前)자본주의 농경사회의 대장간 기업(blacksmith)과 같은 개인이나 가족기업에서 자본베이스를 무한대로 넓힘으로써 더 높은 차원으로 창발한 복잡계라 할 수 있다. 유한책임 주식회사제도가 없었더라면 자본주의 경제의 창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시장에서의 모든 거래는 거래대상 재화의 거래조건에 대한 쌍방 간의 자발적 합의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합의에 이르기 위한 협상과정이 수반되며, 거래대상 재화의 성격이 복잡해질수록 합의를 위해 많은 시간, 노력, 현금지출 등의 비용이 수반된다. 이를 일컬어 거래비용이라 한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복잡경제의 일원으로서 기업도 무임승차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성공기업의 노하우는 다른 경쟁기업들에 의해 복제·무임승차되어 물이 흐르듯 다른 모든 기업에 흘러들어간다. 그러나 이 또한 시장만의 힘으로 막을 길은 없다. 그래서 성공하는 우수기업, 세계적 기업들은 그냥 쉽게 생기지 않는다. 기업은 성장하면서 끝없이 추격자들로부터 무임승차당하고 그래서 일류기업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중소기업들이 일류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일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이제 경제의 창발은 또다시 실패에 봉착하게 된다. 이 또한 시장의 차별화기능 실패라 할 수 있다.

5) 정부의 경제적 차별화정책이 경제발전에 필수

이제 국민경제의 창발을 위한 마지막 구원투수가 필요한데 바로 정부라는 조직이 이 일을 할 수 있다. 정부는 흥하는 이웃과 기업들이 사라지는 시장의 차별화기능 실패를 보완함으로써 경제의 창발을 도울 수 있다. 그 동안 정부의 경제발전 기능에 대한 찬반논쟁은 많았으나 어느 쪽도 정부의 기능을 적절히 구명해내지 못했다. 복잡경제의 창발개념에 기초한 경제발전원리는 정부의 경제발전기능에 대한 분명한 원리를 제시한다. 시장은 많은 경우 흥하는 이웃의 경제적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에 실패하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의 차별화기능을 더 강화해야 경제의 창발을 유도할 수 있다.
 

시장의 차별화기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경제적 차별화에 나서야 경제발전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항상 스스로 도와 흥하는 이웃이 되어 남에게 성공노하우를 전파하는 경제주체들을 우대해야한다. 이를 통해 다른 모든 이웃들에게 발전의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흥하는 이웃들을 양산하여 성공문화유전자가 전 경제에 전파되어 시너지창출이 원활해지고 경제가 창발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6) 경제의 발전은 동반성장의 메커니즘

신 발전원리에 의하면 자본주의경제의 발전은 동반성장의 과정이다. 경제발전과정은 앞선 흥하는 이웃의 성공노하우를 무임승차하여 따라 배우고 혁신하는 과정이며, 발전의 성공노하우가 사회전체에 복제, 전파되어, 성공하는 주체들의 수가 증폭되는 과정이다. 나아가 이러한 성공노하우가 일국의 국경을 넘어 복제, 전파되는 과정이 문명과 경제발전의 글로벌 확산과정이다. 이렇게 해서 문명과 경제발전과 삶의 노하우는 물이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듯 퍼져나간다. 이를 일컬어 경제발전의 낙수효과(落水效果, trickle-down effect)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발전은 모두 같아지지는 않지만 모두 발전하는 동반성장을 그 본질로 한다.

7) 삼위일체 경제발전이론의 주요 명제들

<명제1> 경제발전은 흥하는 이웃들의 성공노하우를 무임승차(무단복제)하여 모두가 흥하는 이웃으로 변신하는 복잡경제의 창발현상이다. 이는 이웃 간의 비선형적 상호작용 속에 시너지의 창출을 통해 경제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경제의 질적 고도화 과정이다. 그러나 성공노하우의 무임승차가 흥하는 이웃들의 등장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의 창발, 발전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상적 현상이 아니다.

<명제2> 경제적 성과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보상하는 경제적 차별화원리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인 반면 성과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보상하는 경제적 평등주의는 경제정체의 충분조건이다.

<명제3> 시장은 경제적 차별화 장치이다. 시장은 이를 통해 동기를 부여함으로서 모든 경제주체들의 부의 창출의욕을 북돋아 경제창발에 기여한다. 그러나 경제의 창발과정이 내포하고 있는 시너지(혹은 성공노하우)의 무임승차현상 때문에 시장은 경제적 차별화에 실패하고 시장만의 힘으로 경제발전은 어렵다.

<명제4> 유한책임주식회사라는 자본주의적 기업조직이 무임승차현상을 내부화하여 조직 내에서 경제적 차별화원리를 실천함으로써 시장의 차별화실패를 교정하여 경제의 창발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기업들은 또 후발자들의 무임승차에 직면하여 소수화 되거나 사라지게 되고 창발은 어려워진다.

<명제5> 정부는 스스로 돕는 개인과 기업들을 차별적으로 우대함으로써 시장의 차별화기능실패를 교정하고 무임승차로 사라지는 성공기업들을 살려내어야 경제의 창발, 발전을 이끌 수 있다. 정부는 시장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차별화기능을 실천해야한다.

<명제6> 경제발전은 시장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경제적 차별화원리”를 실천할 경우에만 달성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정이다. 그래서 경제발전은 일상적 현상이기 어렵다(<그림1> 참조).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 <그림 1> 삼위일체 경제발전론의 개념도〔출처: Jwa (2015)〕

* 한국경제학회 간,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2호, 2015년여름호

1) 개발연대를 명확히 시대구분 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1961년 5.16혁명이후에서 정치민주화가 되기 전 1980년 중·후반까지 연평균 8.5% 넘는 성장을 시현한 30년정도의 기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5공 정부(1981-1987)는 정책체제측면에서는 반개발연대적 경제정책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경제성과나 권위주의정치체제 측면에서는 개발연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World Bank(1993)는 1965-1989 년간 기간평균으로 볼 때 한국이 세계에서 최고의 동반성장을 이룬 국가라고 평가하였다. 동서 p.31 참조.

2) 이 이론에 대한 보다 상세한 논의는 참고문헌에 열거한 졸저들을 참고하기 바람. 특히 「한국경제포럼」에 실린 졸고(2011)와 Jwa(2015)가 본 논문의 기초가 되었다.

3) 왜 무임승차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 설명은 다음의 3절, 시장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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