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국내 증시는 작년의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하며 견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주가폭락 및 조작 사태 등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진 기간이기도 했다. 2차전지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을 설레게 했고, 연말엔 다시금 도래한 ‘반도체의 시간’이 내년 흐름을 낙관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신규상장주(IPO) 가격변동폭 확대‧공매도 전면금지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고, 업계는 달라진 시장상황에 면밀히 대처하기 위한 임직원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2023년 국내 증시 주요 이슈를 되돌아 본다.
[2023결산-증권⑤]ETF 전성기…레버리지 수익률은 ‘글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주식은 상장지수펀드(ETF)로 대체하고, 개별 종목은 미국(S&P500·나스닥)에서 찾아요. 직장생활 하면서 투자하려면 그게 편하더라고요.”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의 위 말은 최근 재테크 트렌드의 한 측면을 잘 요약하고 있다. A씨를 비롯한 많은 개인 투자자(개미)들에 의하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일에는 수많은 ‘마음고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여러 종목을 합쳐 테마별로 투자가 가능한 ETF는 개별 종목 투자시 직면하는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일반 종목처럼 투자가 가능하다./사진=김상문 기자
국내 상장기업들의 경우 올해도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 등을 남발하며 일반 투자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만들었다. 회사의 자금조달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그마저도 누군가는 먼저 정보를 취득해 주식을 털고 나간 뒤라는 느낌이 들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마음으로 투자에 임하기는 힘들어진다.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국내 증시의 한 단면이다.
당국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투자자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ETF다. 여러 종목을 합쳐 테마별로 투자가 가능한 ETF는 개별 종목 투자시 직면하는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일반 종목처럼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변동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국내 투자자들의 선호도와 맞아 떨어진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ETF는 전성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ETF 시장이 올해 100조원 규모를 돌파했다는 사실마저도 이젠 하나의 정거장처럼 여겨질 뿐이다. ETF 상품 거래대금 규모는 이미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올 한 해 높은 수익률을 거둔 ETF들의 목록을 보면 그 자체로 국내외 증시 상황이 요약돼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KODEX 미국FANG플러스(H)’로 연초부터 지난 21일까지의 수익률은 무려 97.49%에 달한다.
이 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가 89.59% 수익률을 기록하며 ‘정답은 미국 빅테크’라는 명제를 재확인 시켜줬다. 그 외에는 반도체 섹터를 커버하는 ETF들이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면 중국 관련 ETF들은 한 해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손실률 37.26%를 기록하며 하위권 선두의 불명예를 안았다. TIGER 여행레저(-17.83%), ACE 중국본토CSI300(-13.80%) 등도 손실률이 높았다.
한편 연초부터 미국의 국채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베팅한 이른바 ‘서학개미’들은 미국ETF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것이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국채 불 3X ETF(TMF)'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TLT)'다.
이 두 ETF는 올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주식 1·2위에 랭크됐다. 순매수 규모는 각각 11억1412만달러, 3억8267만달러에 달한다. 위험도가 매우 높은 3배짜리 레버리지 ETF인 TMF에 훨씬 많은 순매수 자금이 쏠렸다는 점이 최근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최근 들어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들 종목이 상승하고 있지만, 문제는 대다수의 서학개미들이 올해 초부터 매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미국의 국채금리는 연초부터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급격히 상승했고, 올해 TMF와 TLT는 각각 20.48%, 5.81% 하락했기 때문에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상당히 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와 미국 모두에서 ETF 투자가 강세를 보이며 ETF 투자가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점이 2023년의 특징”이라고 정리하면서 “미국 주식의 경우 작년에 비해 올해 들어 TQQQ·SQQQ·TMF 등 고위험 상품에 돈이 몰려 손해를 본 투자자들도 꽤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