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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행복주택이 행복하지 못한 5가지 이유

2015-08-17 16:10 | 이시경 기자 | ckyung@mediapen.com

[미디어펜=이시경 기자] 박근혜정부의 보편적 주거복지의 핵심 아이콘인 ‘행복주택’의 도심지 건립이 좌초 위기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반환점을 눈 앞에 두고 있으나 “젊음에 희망을, 지역에 활기를‘이라는 행복주택의 기치는 최대 수혜층인 청년세대가 목말라하는 도시, 특히 서울에서 '도돌이 표'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의 통치철학 이해 부족과 추진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당근과 채찍'의 부재, 전 방위 홍보 실패, 건립예정 지역민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행복주택은 송파·잠실·공릉지구 등 건립예정지에서 지자체가 지구지정 해제를 국토부에 요청하는 등 시범사업부터 난항이다. 지역 주민들이 행복주택을 님비(Not In MY Backyard) 이상으로 기피, 지역 내 어디에도 짓지 말라는 ‘바나나(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로 여긴다.

국토부가 지난달 주민 반발에 목동지구의 지구지정을 해제하면서 국토부로부터 “정부 국책사업이 주민 요구로 취소되는 일은 없다”는 말을 들었던 공릉지구 측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2016년 4월 진행될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역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행복주택건설을 볼모로 잡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행복주택 정책의 수장인 유일호 국토부장관의 지역구인 송파를 염두에 둔 지적이다.

행복주택에 대한 지역민의 드센 반발은 집이 자산의 전부이다시피 한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행복주택 단지를 종전 저소득층 밀집 임대주택으로 생각, 집값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주택의 정책 추진과정에 아쉬운 점은 한 둘이 아니다.

첫째, 초기에 정책 의지와 결단이 절대 미흡했다.

MB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은 3년 동안 공급목표인 74만 호의 4분의 3인 54만 가구를 채웠다.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 목표량은 보금자리주택의 20%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는데도 행복주택의 사업취지를 드높일 수 있는 도시에서 추진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둘째, 인사의 난맥상이다. 행복주택건설의 수뇌진인 국토교통부 장·차관이 연구원 출신 정치인과 학자로 동시에 채워진 것은 초유의 일이다. 개발 년대인 62년 개청 이후 차관이 김영삼 정부시설 연구원 출신(이건영 국토개발연구원장)이 임명됐으나 당시 장관만은 관료 출신인 고병우 씨였다.

국토부 관료들은 현재 '멘붕'상태다. 물론 장관과 차관의 잇따른 외부 수혈은 주무 부처가 자승자박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주거복지정책은 전문가 집단를 신뢰, 기회를 다시 주고 도시·주택의 정통관료로 하여금 진두지휘토록 해야 마땅했다. 

셋째, 재원 마련에 소홀했다. 행복주택은 도시 유휴지와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선다. 그러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인 LH의 경우 갈 길이 요원하다. 올 한해 금융 부채를 5조원 줄였다고 하나 과거 정권때마다 정치공학적 주거 복지정책으로 재무건전성이 벼랑길로 몰린 LH.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실의 온상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LH의 재정 트라우마를 현 정권은 위로하고 극복시키는 데 소홀했다. LH가 그나마 수익을 내는 분양을 접게 하고 지을 수록 적자눈덩이인 임대사업만 하라는 게 이 정권이었다.

보금자리주택이 한창이었던 지난 2013년 LH의 총 부채는 142조원. MB 시절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3년 간 빚이 무려 33조원 급증했다. 재무건전성이 벼랑길인 LH를 행복주택의 전위대로 삼기 위해서는 당근도 함께 주어야 했다.

넷째, 정책 홍보 실패다. 건립예정 주민이 행복주택을 ‘기피시설·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행복주택은 구성원 중 80%가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젊은 계층이다. 비교적 소비활동이 활발한 젊은 계층이 행복주택에 들어오면 되고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러 넣는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 일자리창출 차원에서 행복주택은 지역민에게 환영받아 마땅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국토부와 LH는 지역민이 행복주택 건립을 환영, 핌피(PIMFY)로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행복주택과 관련된 홍보 페이지는 공식 홈페이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블로그 등이 있다.

17일 현재 블로그 전체글은 103개. 행복주택과 상관없이 올린 글들이 점령했다. 행복주택 기자단과 행복주택 웹툰 등의 게시글은 10개에 그친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좋아요’를 누른 구독자가 4만2113명이었으나 “ 콘텐츠는 좋은데 무엇을 위한 페이지인 줄 몰랐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해당 페이지 이름도 ‘행복주택’이 아닌 ‘앞집 남자 뒷집 여자’다.

마지막으로 행복주택을 무작정 터부시한 지역 이기주의의 반성과 성찰이다. 한국의 초고령화 가속도는 선진 외국을 능가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탓이다. 기성세대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집에 대한 기득권도 갈수록 놓지 않으려 한다. 좁지만 발을 뻗고 살 수 있는 집에 입주하는 청년이 많을수록 대한민국은 저출산과 고령화의 늪과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외면하는 중·장년. 

행복주택은 기로에 놓였다. 청년 소외층과 더불어 사는 ‘주거 공동체’로서의 행복주택 건립을 위한 정부와 지역주민들의 발상 대전환과 실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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