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K-배터리가 북미 신규 투자를 내년에도 지속하며 글로벌 주도권을 확고히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떠오른 북미에서 확실한 우위를 다져 중국과의 배터리 경쟁에서도 앞서나갈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북미 성공은 곧 '글로벌 주도권'
북미 시장은 성장성과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이 맞물려 어느 권역보다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합작사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공장 전경./사진=얼티엄셀즈 제공
스카이퀘스트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30%씩 성장해 2030년에는 193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시장은 유럽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게 시작된 만큼 전기차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자동차 선진 문화를 갖춘 데다 소비자들이 구매력도 갖췄다. 북미 시장을 잡으면 세계 전기차·배터리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IRA로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구축된 점도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업계에서는 K-배터리 기업들이 IRA로 향후 7년 간 최대 90조 원에 달하는 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발빠르게 IRA에 대비한 덕에 미국 정부로부터 올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았다.
아직 4분기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올 3분기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4267억 원의 AMPC를 받았다. SK온은 3769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 삼성SDI는 북미 공장 가동이 시작되는 2025년부터 수혜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4분기 분까지 합치면 K-배터리의 올 한해 AMPC는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 K-배터리 3사, 북미 공장 신설에 대규모 투자
국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미국 등 현지에 공장 신설 등 집중 투자를 통해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북미 각 지역에 단독 혹은 합작 형태로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SK온과 포드 합작사인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사진=SK온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에서만 8개 배터리 생산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현재 가동 중인 곳은 단독인 미시간주 공장과 오하이오주의 제너럴모터스(GM) 합작 공장이 있다. GM합작 테네시 공장도 이달 중순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또한 GM과 미시간주 공장건설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독으로 2025년 애리조나에, 혼다와 2025년 오하이오, 2026년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에 공장 가동을 목표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최대 파트너는 단연 GM이다. 두 회사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오하이오 공장(1공장)을 2022년 가동을 시작했고, 테네시 공장(2공장)을 이달 가동했다. 3공장인 미시간 공장은 내년 말 가동이 예정돼 있다.
글로벌 4위 규모의 완성차 스텔란티스와는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를 만들어 캐나다 신규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합작사를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배터리 공장에 장비 발주를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은 연간 49기가와트시(GWh) 규모로 구축된다. 배터리 모듈 생산라인은 2024년, 셀 생산라인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가동을 앞둔 미시간주 공장까지 포함하면 연간 342GWh이 북미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도 미국 전략에 적극적이다. 3사 중 비교적 후발주자로 인식되지만 북미 진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2022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22GWh 생산 규모의 배터리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며, 이를 토대로 미국 바이든 정부와 미국 사회에 K-배터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차그룹과 합작해 조지아주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두 회사의 계약은 지난 11월 미국 조지아주 경제단체가 수여하는 '올해의 딜(Deal of the Year)'상을 받을 만큼 현지에서도 고용창출 등 기대가 크다.
LG에너지솔루션에 GM이 있다면 SK온의 미국 핵심 파트너는 포드다.
SK온은 포드와 블루오벌SK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총 3개 공장(켄터키주 2개, 테네시주 1개)을 건설한다는 목표다.
포드 측의 속도조절 요청으로 공장 건설이 다소 연기됐지만 켄터키 제1공장은 예정대로 2025년 양산에 들어가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던 켄터키 제2공장만 완공 시점을 다소 연기할 전망이다.
두 공장은 각각 연간 43기가와트시(GWh) 용량의 배터리를 생산해 포드 전기차 및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 링컨에 납품한다.
2025년 이후 SK온은 미국에서만 180GWh이상의 배터리 생산 역량을 갖추게 된다.
삼성SDI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황./사진=삼성SDI홈페이지 캡처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 1공장을 2025년, 2공장을 2027년 완공해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GM과 2026년 인디애나주 공장을 완공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삼성SDI는 미국에 세 곳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속도감있게 건설해 북미 전략을 펼친다는 전망이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은 연간67GWh, GM 합작공장은 연간 30GWh를 생산할 수 있어 미국에서 연간 97GWh의 생산력을 갖추게 된다.
삼성SDI는 그간 고품질 배터리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벌크 확대에 미온적인 인상을 줬으나 IRA 대응 전략으로 북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2025년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에서 생산할 배터리 규모는 연간 최대 451GWh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와 비교하면 생산 능력이 2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집중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IRA 대응하기 위함이다. 미국 정부가 배터리 공급망 전략에서 탈중국 유도를 강화하고 있어 현지 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북미 전기차 시장은 향후 미래가 가장 밝은 권역 중 하나로 꼽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합작사의 투자 속도 조절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계속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며 "2024년은 당초 계획한 공장 구축에 집중하는 북미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