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올해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이 끝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건설업계 전반에 PF 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태영건설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 기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이를 통보받았다”며 “이에 따라 워크아웃, 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당초 태영건설은 이날을 만기로 하는 서울 성동구 오피스 개발사업 관련 480억 원 규모 PF 채무를 보유하고 있었다. 업계는 해당 채권 상환 여부가 태영건설 운명을 결정 지을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봤다.
태영건설은 이달 말 지주사 TY홀딩스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입금을 앞두는 등 자구책을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나 결국 워크아웃 신청으로 이어졌다.
신용평가업계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곧바로 신용등급 조정에 나섰다.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하향검토)에서 CCC(하향검토)로 강등했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기존 A2-(하향검토)에서 C(하향검토)로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신용등급 조정은 태영건설이 채권은행 등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신청함에 따른 것”이라며 “주 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은 금융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며 채무조정 과정에서 원리금 감면, 상환유예, 출자전환 등에 따른 원리금 손상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시평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하면서 업계 전반으로 리스크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올해 시평 상위 50위권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 구조를 분석한 결과 내년 상반기 내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규모는 약 2조3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주요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일제히 하향하며 조정에 나섰다.
한국기업평가는 GS건설과 동부건설 신용등급을 각각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A2+(부정적)에서 A2로 낮췄다. A등급인 신세계건설의 등급전망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협력업체와 금융기관 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해당 기업과 자재납품, 하도급 등 협력업체는 직접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해당 기업과 직접적인 업무관계가 있는 금융기관도 대출금 등 회수불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기관들은 신규대출, 만기연장, 브릿지론 전환 등 건설업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방침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업계 전체의 사안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위원은 “조선이나 철강처럼 업체 수를 손꼽을 수 있는 분야와 달리 건설업체는 다수”라며 “일부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건설산업이 쓰러지거나 위기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아파트 분양에서 발생 가능한 입주민들의 피해 정도도 낮다”며 “대부분 30가구 이상 규모이므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워크아웃 주요 원인이 단순히 업황 변동에 따른 일반적인 문제인지, 과도하게 여러 사업에 참여하는 등 해당 기업 요인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업황이 꺾였을 때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중견·중소·지방업체가 더 취약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정부도 그동안 ‘F(Finance)4’ 회의,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 등 종합적으로 점검을 해왔다”며 “앞으로 리스크 관리, 시장 안정을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