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 청룡은 상서로움을 상징한다. 2023년 계묘년은 불안과 분노로 점철된 참으로 고단한 한 해였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불안과 분노가 넘쳐났다.
한 해가 저물면 관성적으로 반성한다. 새해 희망을 기원한다. 변화없는 반복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2024년 갑진년도 희망보다 걱정이 앞서는 가운데 출발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새해 우리경제의 키워드로 '용문점액(龍門點額)'을 꼽았다.
'용이 되어 비상할 것인가, 물고기로 남을 것인가'라는 위태로움을 나타낸 표현이다. 이어 전문가들은 '용문점액'에 이어 '기로(岐路)', '살얼음판', '변곡점' 등을 꼽았다. 한국경제의 위기감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 청룡은 상서로움을 상징한다. 2023년 계묘년은 불안과 분노로 점철된 참으로 고단한 한 해였다. 새해에는 화합과 치유와 서로가 위안받는 해를 기대한다. /사진-김상문 기자
국내는 물론 글로벌 리스크가 엎친 데 덮치면서 예측불가인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았다. 대내적으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 현상에 저출산·고령화와 상속세, 노동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첩첩규제로 사면초가다.
영끌‧빚투로 심화된 가계부채는 심각한 후유증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특히 2030세대의 '담보 잡힌 미래'는 한국경제의 큰 짐이다. 부동산발 리스크, 생산 및 소비물가 상승, 내수경기 침체 등 민생 관련 문제는 어두운 터널속에 갇혀 있다.
한 나라 경제 종합성적표는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70년대에 10.5%, 1980년대에 8.8%, 1990년대에 6.2%, 2000년대에 4.7%, 2010년대에 3.3%, 2020~2022년간 2.1% 성장했다. 2023년 정부의 예측 성장률은 1.4%다.
전문가들은 2024년 세계경제는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2.0~2.3% 수준이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의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격한 추락이다.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다.
글로벌 통상환경도 불확실성을 더해 가고 있다. 날로 공고해지는 자국우선주의, 보호주의 기조는 세계 무역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부른 '경제안보'의 장기화는 다자체제를 해체 시키면서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 시키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자국우선주의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EU는 핵심원자재법과 유럽반도체법 등의 보조금 지급을 담은 정책으로 핵심전략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함께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연대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자원 수출 통제로 맞서고 있다. 배터리 산업의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과 반도체 필수소재 희토류에 이어 요소수 제재를 가시화 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재와 부품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악재는 또 있다. 올해에는 국내 총선을 비롯해 미국 대선, 대만 총통 선거 등 굵직한 선거가 이어진다. 현재까지 크고 작은 선거가 예상된 나라는 40개국이 넘고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명 이상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11월에 치러지는 미국의 대선은 세계적 관심사다. 현 판세대로라면 백악관을 수성하려는 바이든과 재입성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승패를 예단할 수 없는 박빙세를 보여 상황대처가 쉽지 않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동맹 강화와 가치 외교의 기조가 이어져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줄어든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와 대북관계 변화 등 한‧미관계 판이 다시 흔들릴 불확실성이 고조된다. 글로벌 정치‧경제‧안보의 질서의 근본이 흔들린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힘차게 솟아 오르는 일출처럼 새해에는 모든 소망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이 모든 복합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 올해 한국 경제가 넘어야 파고이자 과제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를, 일부는 'L자형의 상저하저'를 전망했다. '향후 수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관론도 존재한다.
한국경제가 이처럼 백천간두에 선 것은 역대 정부의 무책임과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키워낸 '한국병'과 무관치 않다. 거대야당은 압도적 의석을 권력 삼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폭주에 거침이 없다. 정치는 행정권력을 쥔 대통령과 의회권력을 쥔 야당 대표의 기 싸움마당이 됐다. 탄핵 등 거친 폭설(暴說)만 난무하고 민생과 경제를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됐다.
한쪽에서 규제를 풀면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규제 법안을 만든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현재까지 1674개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300여 개 규제를 해소했다. 결국 해소되는 규제보다 만들어지는 규제가 많다. 포풀리즘이 날뛰는 4월 총선이 걱정이다.
세계는 초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는데 한국은 안방 싸움중이다. 두 개의 전쟁과 보호무역주의‧국가우선주의‧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맞닥트린 세계는 예측불허의 시대에 대비중이다. 정치권부터 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해법은 기업을 살리는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기업이 대한민국이다. 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무엇 하나 녹록치 않다. 그래도 시작해야 한다. 경제안보 확보 없이는 미래가 없다. 기업할 의욕과 기업이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 총수들의 사법 리스크와 갈라파고스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징벌적 상속세, 법인세, 중대재해처벌법은 당장 손 봐야 한다. 과도한 경제형벌로 '교도소 담장 위를 기업 총수'라는 불명예도 떼야 한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노동·환경·경영 규제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 부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2022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3위, 홍콩 5위, 대만 7위, 중국이 17위다. 한국의 경제 자유도는 OECD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중하위권에 그쳤다. 심각한 중병이다.
더 큰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과 규제를 양산해 내는 정치권이다.경실련은 21대 국회 전체 299명의 의원 중 94명이 총 150건의 전과 기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기득권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과연 대한민국의 경제안보를 기대해도 좋을지 의문이다.
정치의 시계를 경제의 시계로 돌려야 한다. 비상이냐 추락이냐의 갈림길에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정부는 더욱 강력한 핀셋 정책으로 규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기업가의 정신으로 다시 뛰어야 한다. 국민은 '정치꾼'에 대한 감시의 눈을 더 크게 떠야 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