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북 외무성 나서 대남기구 정리, 우리민족끼리 노선 청산

2024-01-02 18:49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대남기구를 정리·개편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를 최선희 외무상이 주도한다고 북한이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고착화됐다”면서 “현실이 북남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해야할 절박한 요구를 제기한다. 대남사업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근본적으로 투쟁 원칙과 방향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은 대남기구 정리를 말할 때 우리 헌법 제3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를 지적하며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도 했다.  

노동신문이 31일 전날인 30일 폐막한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이같이 밝힌 다음날인 1일 조선중앙통신은 최선희 외무상이 이 과업을 관철하기 위해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대남관계 부문 일군들과 협의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김 총비서가 ‘통일 불가’를 말하면서 대남기구를 정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써온 고유의 선전문구인 ‘우리민족끼리’를 청산하는 것과 관련이 있으므로 앞으로 ‘우리민족끼리’를 대체할 이데올로기가 무엇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 소련을 비롯한 전체주의 국가는 그 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이디오크러시(idiocracy) 즉, 허구적인 이데올리기를 계속 생산해내야 한다”면서 “통일전선부를 개편한다면 북한이 새로운 이디오크러시에 맞춰서 하는 것이므로 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외무성이 나서 대남기구를 정리 개편하는 만큼 명칭을 바꾼 통일전선부가 외무성으로 흡수될 것이며, 북한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하위 개념으로 다룰 것이란 전문가의 전망도 나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가족과 함께 1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2024.1.1./사진=뉴스1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전선부가 외무성으로 흡수될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하위 개념으로 한국이 배제되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북한과 미국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이번 지시는 대남기구의 남북경협 및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을 폐지하거나 축소시키려는 의도이며, 대신 군사 수단을 활용하는 대남공작 부문은 강화될 것이란 전문가의 관측도 나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먼저 김정은의 이번 발언에 대해 “그동안 북한의 통일전략은 ‘무력통일’ 노선, 친북정권을 수립해 남한을 병합하는 ‘연방제 통일’ 노선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돼왔다"며 김정은은 연방제 통일을 위한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핵무력을 이용해 남한 영토를 평정하는 무력통일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은 과거 남북협력이 활발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비대해진 조직과 인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남북관계 단절로 더 이상 필요없는 통전부 산하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민족화해협의회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면, 군사 수단을 활용해서 대남공작을 수행하는 대적·대외사업 부문은 대폭 강화될 것”이라며 “대남공작 부문은 2009년 초 만들어진 당 작전부, 35호실, 인민무력부 정찰국을 통합해 창설한 정찰총국에서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작전부는 남한이나 해외에 파견하는 공작원 침투와 요인 테러 및 납치 등 특수임무를 수행한다. 35호실은 해외에서 북한의 대외·대남전략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마약 밀매 및 위폐 교환 등 통치자금을 조성한다. 

오 기조실장은 “김정은이 집권 12년만에 무력통일 노선을 선언한 이유는 미국으로부터 핵국가로 승인받기 위해, 핵무력 건설 노선에 대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북한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동경과 추종을 완전히 근절시키기 위해 대남·통일 노선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