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 기조에 국내 증권업계 내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논의도 위축된 모습이다. 물밑에서 사전정지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각사 기조에는 미묘한 변화의 흐름이 포착된다. 최근까지 의지를 보이던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사태로 몸을 사린 모습이고, 대신증권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증권가에선 6호 초대형IB 인가에 대한 업계 관심이 지속 중이다./사진=김상문 기자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호 초대형IB 인가에 대한 업계 관심이 지속 중이다. 다만 그 관심이 외부로까지 적극적으로 표출되진 않고 있다. 최근 업계 안팎의 흐름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각 증권사 수장들이 내놓은 신년사에서도 주로 눈에 띄는 단어들은 ‘리스크 관리’나 ‘윤리경영’ 같은 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와 감독당국의 자세가 꽤 강경하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은 작년 초부터 11월까지 무차입 공매도 총 33건을 적발해 과태료·과징금 총 105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12월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BNP파리바 홍콩법인, 홍콩 HSBC 등의 불법 공매도에 대해 역대 최고액인 265억원 안팎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업계 시선을 집중시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때 국내 증권사들이 갖고 있던 ‘야심’의 상징이었던 초대형IB에 대한 의지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작년에도 하나증권‧키움증권 등이 의지를 드러냈지만 상반기 라덕연 사태, 하반기 영풍제지 사태 등이 터지면서 신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초대형IB를 위한 회사별 사전정지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초대형 IB의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충족한 회사는 오히려 늘어나 현재 4곳이다.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자기자본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이 가운데 6호 사업자 인가에 가장 가까이 와 있는 곳은 다시 한 번 하나증권이다. 작년 연말 하나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을 신설했다. IB부문 강화를 위해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IB그룹장(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라이벌사인 신한투자증권도 업계 IB 전문가로 첫손에 꼽히는 김상태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초대형IB 진출에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키움증권은 흐름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작년 증권업계 최고의 악재였던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에 전부 연루된 영향이 컸다. 특히 영풍제지 사태 여파로는 4000억원 이상의 미수금을 최종 손실로 인식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게 키움의 기본 기조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아직 자기자본 4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대신증권이 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수준까지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신증권은 본사 사옥‧기타 보유 부동산 매각과 자산재평가 등을 진행해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우선 대신증권이 자기자본 3조원을 공식화하고 10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역시 지난 2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현재 시대 흐름에서 우리 그룹이 더 크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증권의 자본 증대와 초대형 증권사 진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초대형IB 진출 목표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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