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아시안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라크와 최종 평가전을 치러 이겼다. 무실점 승리 기운을 안고 아시안컵을 맞이하게 된 것과 함께, 따끔한 예방주사도 맞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밤(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러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전반 40분 이재성(마인츠)이 터뜨린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냈다.
이라크전에서 결승골이 된 선제골을 터뜨린 이재성. /사진=대한축구협회
최근 A매치 6연승 행진을 이어간 클린스만호는 이제 아부다비에서 마무리 담금질을 하고 오는 10일 아시안컵이 열리는 결전지 카타르로 입성한다. 조별리그 E조에 속한 한국은 바레인(15일), 요르단(20일), 말레이시아(25)를 차례로 상대한다.
이라크와 평가전은 의미가 있었다. 이라크는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에 뒤지지만 중동의 복병이다. 64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중동세를 넘어서야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당장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잇따라 중동팀을 만나고 16강 토너먼트로 올라가서도 중동팀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라크전에서 전반전과 후반전 상당수 선수들을 다른 구성으로 시험 운영을 했다. 전반에는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등 유럽파 핵심 선수들을 벤치에 앉혔다. 후반 들면서 이들 5명이 교체 투입됐고 선발 출전했던 이재성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정승현(울산), 오현규(셀틱)가 빠졌다.
전반은 플랜 B를 가동해보고, 후반에는 플랜 A로 전체적인 기량과 전술 점검을 해본 것이다. 그리고 승리라는 결과 못지않게 좋은 교훈도 얻었다.
이 경기의 옥에 티는 이강인의 퇴장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이강인은 후반 24분 경고 한 장을 받은 데 이어 후반 41분 또 경고를 받아 퇴장 당했다. 두번째 경고의 경우 상대 선수 아흐메드 예히야에게 목을 가격당해 발끈하며 대응한 것이 경고로 이어졌다. 원인 제공을 한 에히야도 경고를 받긴 했지만 이강인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데미지를 입은 쪽은 한국이었다.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승부에 큰 지장은 없는 퇴장이었으나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곱씹어봐야 할 장면이다.
이강인(맨 왼쪽)이 이라크 선수의 반칙에 맞대응하다가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만나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팀들이나 중동 팀들은 이날 이라크가 보여준 것과 같은 플레이를 많이 펼칠 것이다. 교묘한 반칙이나 거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을 자극해 돌발 변수를 만들려 할 것이다. 이런 플레이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평정심을 잃으면 결국 손해보는 쪽은 한국이다.
아시안컵에서는 이런 점을 늘 염두에 두고 매 경기 보다 냉정한 자세로 신중하게 플레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핵심 공격수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또 하나, 골 결정력을 보다 예리하게 가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날 이라크를 상대로 한국은 총 14차례 슈팅했고, 유효슈팅은 6개였다. 이라크는 6번 슛을 시도했고 유효슈팅은 4개였다.
한국이 슈팅 수에서는 이라크보다 훨씬 많았지만 유효 슈팅은 별로 차이가 없었다. 골도 이재성의 호쾌한 중거리슛으로 뽑아낸 한 골뿐이었다. 후반에는 핵심 공격수들이 투입되고도 추가골이 터져나오지 않았다. 손흥민이 결정적인 찬스에서 상대 골키퍼에 걸려 넘어졌음에도 페널티킥이 주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후반전 무득점은 과제로 남았다.
상대 밀집수비를 뚫고 골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루트를 찾아내고 준비해야 본선에서 더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이날 한국은 전반 두 차례나 이라크의 역습에 수비가 허물어지며 일대일 찬스를 허용한 바 있다. 김승규 골키퍼의 선방과 상대 슛이 살짝 빗나간 덕분에 실점은 면했지만 골로 연결됐다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어떤 팀을 만나든 어떤 상황에서도 실점은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찬스에서는 보다 집중력을 갖고 최대한 많은 골을 넣어둬야 한다.
따끔한 예방주사까지 잘 맞은 클린스만호는 이제 본격적으로 아시안컵 정상을 향한 등반을 시작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