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3%를 웃도는 가운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며 경기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지난해 1월 연 3.25%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망대로 금리가 동결되면 기준금리는 8연속 동결을 이어가게 된다.
한은은 물가 경로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가능성에도 국내 소비자물가를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를 독립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지난해 7월 2.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4%, 9월 3.7%, 10월 3.8%, 11월 3.3%로 다섯 달째 3%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향후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국제유가 추이와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금리인상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최종단계)’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PF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공 순위 16위인 중견 건설업체 태영건설이 지난달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리스크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금융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한은도 정부와 잘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라고 했다.
한편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확인한 후 이르면 2분기부터 4분기 사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2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돼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연 2.75%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3분기와 4분기에 0.25%포인트씩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내년 0.5%포인트 추가로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10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예측했고, LG경영연구원도 물가가 올해 하반기 2%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금리 인하는 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