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김기명 글로벌세아 그룹 부회장(대표이사)이 쌍용건설 대표이사 취임 1년 만에 물러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대두되며 건설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글로벌세아 인수 후 쌍용건설 안팎으로 구설이 나오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사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기명 글로벌세아 그룹 부회장./사진=쌍용건설
김기명 부회장은 최근 미디어펜 단독 인터뷰를 통해 "(2024년) 새해에는 쌍용건설 대표를 맡지 않을 것"이라며 "가끔 방문해 보고 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명 부회장은 2022년 12월 말 쌍용건설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김 부회장이 약 1년 만에 사임함에 따라 쌍용건설은 김인수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대표이사직 사퇴 이유에 대해 그는 "비건설인이 건설 회사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며 "지난 1년 동안 직업윤리와 시스템이 확립됐고, 감사팀과 품질관리팀의 역할도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대표이사 1년 성과에 대해서도 자평했다. 김기명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쌍용건설을 글로벌세아의 스타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매출은 1조5000억 원이 채 안 되는 회사에서 적자도 났는데 (공간을) 무분별하게 쓰고 있어 지난해 9월 한 층을 반납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서울 잠실 소재 빌딩 일부를 임대해 본사로 사용 중이다.
김 부회장은 사무실 분위기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라인드는 시커멓고 바닥 카펫에는 커피자국이 얼룰덜룩했다. 또 벽에는 10년 전 옛날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그런 회의실에서 무슨 창의력이 나오겠나. 모두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본사가 자리한 서울 송파구 대한제당빌딩./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1년 만에 사퇴…여전히 불안정한 쌍용건설
김기명 부회장의 사임과 관련해 뒷말도 무성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사태로 촉발된 PF 위기로 건설업계 전반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김기명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대표직 사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대표이사의 임기가 2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1년은 의외"라며 "PF 위기와 중대재해 책임을 피하기 위함이라던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사무실 벽에 걸린 사진을 바꾸고, 커피 얼룩 닦은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외부에서는 인정받던 리모델링 시장에서 조차 찬밥 신세로 전락했고, 내부에서는 승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임원이 회사를 떠나는 등 직원 사기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확인 결과, 지난 6월 쌍용건설 토목파트 총괄 임원은 글로벌세아 출신 임원과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1년여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리모델링 수주조차 1건도 못한 부분은 쌍용건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아파트 공급은 청약신청일 기준 1건에 불과했고 그마저 모든 타입 미달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더플래티넘'은 지난달 청약접수 결과 전용면적 84㎡ A·B타입을 비롯해 113㎡ 등 3개 평면 모두 마감에 실패했다. 특히 주력 평면 84㎡A타입의 경우 무려 112가구가 2순위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하며 쌍용건설 주택브랜드 '더 플래티넘(The PLATINUM)'의 신뢰도 또한 추락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연 김 부회장의 설명대로 쌍용건설이 1년 만에 정상화 됐을지 잘 모르겠다"며 "PF 사태와 중대재해 등 건설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사퇴는 안팎에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김기명 부회장의) 사퇴 여부를 비롯해 세부 일정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