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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낮춘' 태영건설, '마음 돌린' 채권단…워크아웃 '청신호'

2024-01-10 15:13 | 김준희 기자 | kjun@mediapen.com
[미디어펜=김준희 기자]90세 창업주가 자세를 낮추자 채권단도 마음을 돌렸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지주사 TY홀딩스와 SBS 주식까지 담보로 내놓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에 부정적이었던 채권단도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오는 11일 태영건설의 운명이 결정되는 가운데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이 10일 주요 채권자 회의를 개최했다./사진=산업은행



10일 업계에 따르면 윤 창업회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노력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부족할 경우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이후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담보 제공 또는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일부가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되고 사재출연 및 SBS 등 오너 일가 자산이 계획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채권단을 비롯해 금융당국, 정부로부터 ‘남의 뼈를 깎는다’며 지적을 받았다.

결국 지난 8일 TY홀딩스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채권단이 미이행했다고 판단한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추가로 투입하고, 전날 윤 창업회장이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내놓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자세를 낮췄다.

단 태영그룹 측은 TY홀딩스 및 SBS 주식 담보 제공에 대해서는 ‘부족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기존 4가지 자구계획을 먼저 이행한 뒤, 그래도 태영건설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때 TY홀딩스와 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금락 TY홀딩스 부회장은 “기존 4가지 자구계획이 철저하게 이행만 돼도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되는 4월까지는 유동성 부족은 해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SBS 주식과 TY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태영건설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재 4가지 자구계획 중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 태영건설 지원 방안의 경우 지난 8일 890억 원 투입을 비롯해 지난해 12월 29일 400억 원, 이달 3일 259억 원 등 전액 지원이 완료됐다.

또 에코비트 매각 추진은 공동주주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공동매각 합의서를 체결했으며 블루원은 자산유동화가 진행 중이다. 평택싸이로 지분 62.5%도 담보로 제공할 예정이다.

TY홀딩스는 지난 8일 태영건설에 890억 원 추가 투입을 위해 계열사 블루원 대표이자 윤 창업회장의 딸인 윤재연 부회장에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신 자금을 대여받았다. TY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이 부족해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이다.

최 부회장은 “윤 부회장의 경우 계열사 대표지만 지주사나 태영건설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고 회사 경영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며 “오너 가족이긴 하지만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기 때문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지원에도 윤 부회장 지분 등은 고려된 바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태영건설 직접 지원이 아닌 TY홀딩스로 416억 원을 투입해 ‘추후 회수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방식 때문에 오해가 빚어질 수 있지만 416억 원은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된 것”이라며 “기술적인 문제로 태영건설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지주회사를 통해서 들어갔지만 윤 회장이 출연하면서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청년주택 현장에서 발생한 하도급 대금 미지급 사태에 대해서도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이승모 태영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결제 과정에서 노임 지급 문제가 발생했다”며 “노임과 관련된 비용은 외주비와 노무비가 있는데 노무비는 최우선적으로 변제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태영 측의 전향적인 자세에 채권단도 마음을 돌렸다. 산업은행은 이날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관련해 주요 채권자 회의를 개최하고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워크아웃 추진방안 발표, 산업은행의 진행경과 및 자구계획 상세 내용 설명, 채권단 간 현안 사항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이행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러한 자구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단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도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운명의 날은 하루 남았다. 오는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제1차 채권단 협의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태영건설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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