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동결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꺽이지 않는 가계부채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3%를 웃돌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관망세를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11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 수준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망대로 금리가 동결되면서 기준금리는 8연속 동결을 이어가게 됐다.
시공 순위 16위인 중견 건설업체 태영건설이 지난달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부실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금리인하 요인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한은은 당장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금융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한은도 정부와 잘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라고 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높다는 점 등이 꼽힌다.
한은은 물가 경로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가능성에도 국내 물가를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를 독립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지난해 7월 2.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4%, 9월 3.7%, 10월 3.8%, 11월 3.3%로 다섯 달째 3%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향후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국제유가 추이와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금리인상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최종단계)’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특히 올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신상아 특례대출’ ‘청년주택드림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 상품이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전날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10조1000억원(0.6%) 증가하면서 1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51조6000억원 급증하며 전년(20조원)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