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재택·원격근무와 같은 '텔레워크'가 확산되는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적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근무형태 규정이 법률에 부재함에 따라 노사정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유연근무 활용 및 재택·원격근무제 적용 현황(연도별, %)./사진=일하는시민연구소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가 최근 발간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텔레워크 대응 방식 해법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럽연합(EU)은 재택·원격근무, 텔레워크, 스마트워크, 모바일워크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우리나라는 텔레워크와 같은 근무형태 규정은 법률에 부재하고 코로나19 시기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정도만 마련돼 있는 실정이다.
텔레워크는 기존 직장이란 장소와 규정에 얽매이기보다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등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 장소와 고용주 건물 외부에서 ICT·모바일 사용 작업 강도 및 빈도에 따라 정규 재택·원격 근무자로 이동성이 적고 비정기적인 ICT·모바일 작업자이거나, 건물 외부 작업 빈도가 높고 재택근무를 포함해 다양한 장소에서 작업 빈도가 높은 ICT·모바일 작업자 형태 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ILO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텔레워크는 국가, 직업, 산업 등 각 유형별 참여 빈도에 따라 직원의 2%에서 40%까지 차이가 있고, 대부분 국가에서 정기적이기보다는 가끔 텔레워크를 수행하고 있었다. 텔레워크는 사무관리·전문직(관리자)에서 일반적이지만, 사무 지원과 판매직에서도 중요한 노동방식으로 언급된다.
지난 2020년 7월 ILO가 발표한 '텔레워크 실무가이드'는 원격근무에 대한 지침 제정과 실시 시 고려돼야 할 실무적인 쟁점, 원격근무를 촉진·지원하기 위한 노사 지원사항을 담고 있다. 이에 앞서 2002년 EU는 원격근무의 자발성과 원격근무 시 노동자 의무·사생활 보호 등 내용의 '텔레워크에 관한 기본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근로기준법에 유연근무제가 도입되고, 2010년 '스마트워크 활성화 추진전략'이 발표되면서 원격근무 도입이 본격 추진됐다. 하지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부가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유연근무제 활용 임금노동자는 16.8%며, 재택·원격근무 활용 비율은 20.1%(여성 22.8%, 남성 18.2%) 정도로 아직 원격근무 확산은 미진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20년 재택근무 도입과 설계, 관련 규정 작성, 인사조직 관리, 법적 쟁점, 관련 컨설팅 및 정부 지원제도 관련 내용이 담긴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해 고용부가 발표한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에서는 유연근무 활용법과 쟁점 및 유의사항 등이 제시됐다.
반면 ILO는 실무가이드에 법적 근거나 정부의 직접적인 요구가 없어도 고용주가 합리적이고 필요한 비용에 대해서는 보전해 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원격근무를 시행한 국내 기업들은 엔데믹과 함께 사무실 근무형태로 전환하거나 출근과 재택 원격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 등으로 근무제도를 변경했다.
주요 해외 기업 다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다수 기업은 오프라인 사무실 공간을 축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함께 원격재택근무 가이드라인과 지원 방식 및 형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기업은 원격근무 가이드라인이나 재택근무 시 작업 장비나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곳도 있었고, 인터넷 사용이나 주거 비용(월세) 및 사무 비품(복사 등)을 지원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 중 코로나19 시기 별도 가이드라인은 거의 부재했고 지원도 소수에 불과했다.
해외 주요 기업 중 미국 기업인 구글은 2020년 5월 필요 장비와 가구 구매 비용을 1000달러 지급했고, 일본 NTT 그룹은 2020년 원격근무 확대 시 수도·통신비 지급과 사무실 출근 시 통근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가 허먼밀러 의자와 전동식 책상, 초고해상도 모니터 중 하나를 지급했고, SK텔레콤은 노트북 등 구입 목적으로 40만 마일리지(현금 40만 원 상당)를 지급했다. 네이버도 재택근무 비용 월 30만 원을 제공했다.
국내 주요 ICT 기업은 조직 특성에 맞게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근무형태를 회사 복지제도나 기존 국내 기업들과의 차별성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완화 이후 노조 의견 수렴 과정 등 없이 일방적 근무형태 변경으로 몇몇 기업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이같이 원격근무 비중을 축소하는 기업 움직임에 대해 노조와 노동자들의 반발이 일었고, 사무실 근무로 전환을 강행한 기업에서 일부 개별 노동자들은 이직을 선택하기도 했다.
텔레워크 및 일하는 방식 관련 제도화 방향 및 디지털 단협 요구(안)./사진=일하는시민연구소
보고서에서는 본격적으로 촉발되고 있는 텔레워크와 관련된 노사정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법제도화와 산업 및 개별기업에서도 노사협약이나 규칙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조응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새로운 프로젝트와 아이템 개발, 검토 과정에서 집중·압축 노동이 이뤄지는 IT 포털이나 게임 기업 등에서는 균형 있는 노동시간 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텔레워크 제도화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괜찮은 노동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사가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국제기구와 주요 유럽 국가들, 해외 몇몇 기업에서도 원격근무 관련 다양한 규정과 노동자 지원이 있기 때문에 노사관계 차원의 규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도래할 전염병 등에 대비해서도 주요 산별연맹과 산하 단위노조 차원에서 텔레워크 협약 및 노사공동운영위원회, 노사협의회를 통해 관련 규정과 가이드라인, 매뉴얼 등 제반 사항의 제도화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