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사실상 금리 인상을 종료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시점에 쏠리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적어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1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결정했다.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8연속 동결을 유지한 셈이다. 이번 결정에서 주목할 점은 한은이 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1년여간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며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물가·금융·가계부채 등 흐름 변수를 전제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는 문구를 넣어왔는데, 이날 의결문에는 해당 문구가 빠졌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한은이 금리 인상 사이틀을 사실상 공식화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의 해외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향후 3개월간 금리와 관련해 지난달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75%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2명이 3.5%를 유지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번에는 금통위원 5명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총재가 “6개월 이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한풀 꺾일 전망이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는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총재 역시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관련해 금리 인하 명분이 높아지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만일에 대비해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겠지만, 현재는 시장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은이 나설 때는 아니다”고 했다.
국내외 기관도 하반기 이후에나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유력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2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돼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연 2.75%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3분기와 4분기에 0.25%포인트씩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내년 0.5%포인트 추가로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10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예측했고, LG경영연구원도 물가가 올해 하반기 2%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금리 인하는 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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