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미국은 물론 유럽 역시 인하 행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렇다고 저금리 시대로 당장 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전망이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쪽으로 정리되고 있어 ‘중간 수준’의 금리가 꽤 길게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대비는 아직 미흡한 형편이다. 미디어펜은 앞으로 5회에 걸쳐 이른바 ‘중금리 시대’를 전망하며 업권별 상황과 재테크 전략 등을 탐색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개인 의견을 전제로 6개월간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이창용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8번 연속 동결했다. 간담회에선 한국은행이 물가상승률 억제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 함께 발표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의 위 발언 안에는 한국 금융당국의 고민이 그대로 들어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 흐름을 관장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방향에 필연적으로 발을 맞출 수밖에 없는 한은으로서는 올 한 해 내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들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 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시장은 깊게 반응하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여갔다. 사실상 ‘폭주’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과도한 예상이 넘쳐났다. 그 결과 작년 연말 페드워치(CME FedWatch)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3월로 예측하는 비율이 무려 90%에 도달하기도 했다.
이 과도한 기대감에 대해선 미국에서조차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예를 들어 미 연준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 장기 목표치인 2%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사레가 대표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회 이사도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발언했다.
결국 당분간은 ‘올해 언젠간 내린다’는 거시적 전망 속에서 수많은 진동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설령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 해도 당장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 한국의 상황이라는 게 한은 총재의 고민을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나오는 개념이 바로 중금리다. 금리가 지금보다야 내려가겠지만 저금리 수준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중간 정도 금리 수준이 생각보다 길게 지속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 연준의 경우 올해 총 세 번 금리를 내린다고 쳐도 연말 금리 수준이 연 4.6% 수준으로 예상된다.
결국 당분간은 중간 정도 금리 수준을 감당하며 금융계 각 분야에서 어려운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연준이 2023년 말과 매우 비슷한 수준에서 금리를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경제가 연착륙한다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위해 빨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소폭 상회하는 등 물가 둔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연준 입장에서 보면 물가둔화 흐름은 유효하지만 그 속도는 더딘 상황으로, 고용과 더불어 이번 물가지표 또한 연준이 당분간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