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공인중개사 휴·폐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거래절벽이 심화되면서 거래수수료로 먹고사는 공인중개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업이 사양길로 접어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인해 공인중개사무소의 휴·페업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문을 닫은 공인중개사무소는 전국 1만2938개. 12월 통계를 제외하고도 최근 4년 중 최다다. △2020년 1만2773곳 △2021년 1만1707곳 △2022년 1만2207곳이 폐업한 바 있다.
이같은 공인중개사무소 휴·폐업 증가는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전국에서 부동산 경기가 가장 낫다는 서울만 해도 지난해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2840가구로 3000가구가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지난 8월 이후 갈수록 줄었다.
거래 수수료가 수입인 공인중개사에게 있어 거래절벽은 치명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공인중개사 폐업 증가는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이 바라보는 부동산 경기 회복은 비관적이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매매가격 전망 지수는 82로 지난해 11월 86과 비교해 4포인트 하락했다. 매매가격 전망 지수는 전국 6000여 중개사무소에 2~3개월 뒤 집값 전망을 물어 산출한다. 0~200 범위에서 100 미만이면 '하락'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거래량은 줄어가는데 공인중개사가 수요에 비해 너무 많기 때문에 휴·폐업하는 공인중개사도 늘어나는 것이라고도 지적한다.
현재 자격증을 보유한 공인중개사는 총 52만여 명이며 이 중에서 현재 활동 중인 공인중개사는 11만명이다. 편의점보다 공인중개사무소가 더 많이 보인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인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한만큼 이를 견디지 못하거나 쉬거나 그만두는 공인중개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도권 내 한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업이 레드오션이 된 지는 한참됐다"며 "지금으로서는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주택 매매는 물론 전월세 거래도 줄었다. 여기에 지방에서 토지거래도 감소한 상황"이라며 "거래량 자체가 늘지 않으면 당분간 공인중개사무소 휴·폐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전세사기에 가담,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16일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말까지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 2615명을 조사해 429명(16%)의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공인중개사 시험 난이도를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적절한 공인중개사 규모와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5개 과목 평균 60점(100점 만점) 이상이면 합격이 가능한데 이를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