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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상속세 완화 시사…'글로벌 트렌드' 폐지까지 갈까

2024-01-18 12:04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소액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오르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 웬만한 상장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한다든가 하는 경우에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가업승계가 불가능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네 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래서 우리나라에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향후 국민적 공감대,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상속세에 대한 완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상속세를 지목하면서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언급해, 상속세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앞으로 적극적인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속세는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완화, 또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상속세를 청산하고 더 이상 이를 명분으로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이 일종의 '글로벌 트렌드'다.

상속세 폐지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우선 '가업 승계'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낙 총리와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3 /사진=대통령실 제공



캐나다(1971년)를 시작으로 호주(1979년), 이스라엘(1981년), 뉴질랜드(1992년), 스웨덴(2005년), 오스트리아(2008년), 노르웨이(2014년) 등 OECD 10개 국가가 이미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를 감당하기 위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을 내다 파는 과정에서 대부분 기업들이 미국 사모펀드에 종속되는 것을 막고자 각 국이 '상속세 폐지'라는 결단을 내렸다.

높은 상속세를 피하려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부작용도 한 몫 했다.

두번째는 상속세는 대표적인 이중 과세로, 가장 불공정한 세금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최초로 상속세를 부과했던 영국까지 지난 200년 넘게 유지해온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세 및 재산세 등 수십년간 온갖 세금을 내가며 축적한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라는 형태로 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과거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탈세 등으로 피했던 소득세를 사망 시점에 상속세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걷기 위해 이를 도입했다.

지난 몇십년간 정부가 당연하게 걷어온 상속세는 투명하고 정확하게 과세가 되는 세무 현실을 감안하면 명분을 잃은 세금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경제 활동과 주민 생활 영위를 위해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증여세, 증권거래세, 개별소비세 등을 계속 냈다. 상속세는 이렇게 다 세금을 내고 난 뒤 남은 개인의 재산에 또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것도 최대 60%에 이르는 최고세율까지 매길 정도다.

마지막 배경은 상속세 제도로 인해 물려받을 재산이 클수록 온갖 편법이 판을 치게 되고, 그에 따라 상속세로 인한 전체 세수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종의 역-인센티브 제도다.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적게 내려고 갖은 수를 다 쓰게 되고, 그 방편이 해외로의 자본 유출이라는 형태까지 되는 것이다.

2022년을 기준으로 상속-증여세(15조원)의 비중도 우리나라 총 세입의 4.5%에 불과하다. 16조 6000억원 걷힌 교통-에너지-환경세(5.0%) 보다 적은 비중이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상속세의 불합리한 면을 알고 완화 방침을 시사했지만, 갈 길은 멀다. 당장 다수당으로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벽이 높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겨 집권여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그 후 윤 대통령 의중대로 상속세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과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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