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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수정 "대립과 반목 아닌 주민 위한 '진짜' 정치"

2024-01-22 20:39 | 성동규 기자 | dongkuri@mediapen.com
[미디어펜=22대 총선 TF팀 성동규 기자]"난 초짜라서 정치가 뭔지 잘 몰라요. 사전에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는 되어 있어요. 진짜로 그게 정치라면 나도 정치를 해야겠어요"

수원정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미디어펜 기자와 만나자마자 꺼낸 일성이었다. 현재 우리 정치의 행태를 에둘러 비판하면서도 출마 이유를 명확하게 내비쳤다.

이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1호 영입 인재로 발탁되기는 했지만, 정당의 간판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지역 주민의 삶을 윤택하기 위해 여야가 따로 있지 않다"며 "이를 위한 입법 과정에서 당과 대립한다고 해도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정무적 판단에 휘둘리기보다는 '지역 주민을 위한 길을 걷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 교수의 공약은 큰 줄기가 잡혀있고 유세 활동을 통해 모인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채울 예정이라고도 했다.

한국 정치의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고집스러운 '정치 신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수원에서 기성 정치인을 누르고 승리할 수 있을까. 인터뷰에서의 그의 대답과 포부에서 이런 의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수정 수원정 예비후보가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미디어펜 기자와 만나 이번 총선에 나서는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다음은 이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 정치에 뛰어들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으세요?

△ 저는 정치를 한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해서든 법을 만들어야겠다. 허점이 너무 많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겁니다. 사건 사고를 쫓다 보면 검찰, 경찰 할 거 없이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눈에 보이죠. 

그런 빈틈 공간을 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 결정적인 계기는 영아매매였어요. 이 사건을 통해 출생 신고 안 된 애들이 지난 10년 동안 거의 1만 명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받았죠.

대다수가 외국인 엄마였는데 우리나라는 속인주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출생 신고 하는 데 어려움이 없거든요. 그런데도 그게 안 돼 있다는 건 어디선가 구멍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금도 인터넷에 '입양'이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불법 거래를 할 수 있어요.

아동‧청소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서 출생률이 떨어지는 것만 걱정하는 게 얼마나 난센스에요. 이대로 가만히 두었다가는 미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된 거예요.

- 당선 후 추진할 법안을 이미 생각해두신 것 같은데요.

△ 있습니다. 영아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법입니다. 다크웹은 물론이고 각종 포탈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디지털 공간에서 영아가 거래된다. 이를 잡아내려면 디지털 공간에 잠입해 활동하는 것을 허용해야 합니다. 

다크웹의 경우 불법적인 행위를 해야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적 행위를 해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쓸 수 없습니다. 영미권은 다릅니다. 수사관들이 지침을 지키고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아동으로 위장 잠입해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쓸 수 있게 허용하죠. 

우리나라에는 그런 수사지침이 없어요. 그런 걸 할 수 있게 하려면 인신매매방지법이나 경찰관직무집행법 속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이를 위한 연구도 이미 끝마쳐 놓은 상태입니다. 

야심 차게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한다기보다는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을 바꾸는 입법을 할 수 있다면 의정 활동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사고파는데 무죄 나오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수정 수원정 예비후보가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미디어펜 기자와 만나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해 비평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민주당 비례대표 제안한 거절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당시 민주당은 저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면서 비례를 제안했던 게 아닙니다. 제가 25년 동안 범죄를 쫓다 보니 위험한 제안과 안전한 제한이 뭔지 짐작할 수 있게 됐죠. 민주당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격하시킨 것에도 실망했어요. 

그래서 2020년 국민의 힘 성폭력 대책 특위에 합류했던 것입니다. 합류하면서 제가 요구했던 게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스토킹처벌법' 그리고는 다른 하나는 '보호수용법'을 입법해달라 것이었죠. 두 가지 약속은 모두 지켜졌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 힘에서 사실상 험지로의 출마를 제안했지만 깊이 고민할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특정 정파성이나 이런 것에 별로 관심 없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정당을 택했을 뿐입니다. 

- '당론'과 '소신'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하실 건가요?

△ 제 소신을 지킬 겁니다. 절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안의 진보적 사고들을 기존 보수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국민의힘에 합류한 분들을 보면 굉장히 변화에 수용적이라는 겁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수원 재정자립도는 2019년 이후 매년 하락 중입니다. 수영장이랑 아이스링크를 유치했는데 운영비가 없어서 1년에 50억씩 마이너스가 나요. 공적 서비스가 붕괴되기 직전이에요. 

그 근본적인 원인은 수원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매몰돼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자체장도 마찬가지에요.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등한시했죠. 이런 건 제가 알고 있는 정치와 대치된다고 봅니다. 

유권자들의 요구를 해결했다고 약속을 해서 그들에게 선택을 받았으면 약속을 지켜야 할 거 아닙니까. 저는 정치 초짜라 잘은 모르지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건 저의 철칙이에요. 설령 그게 당과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끝까지 당을 설득해야죠. 저는 일을 할 때 중요한 게 자기 효능감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정쟁은 지역 주민들 삶과 전혀 관련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십수년 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수정 수원정 예비후보가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미디어펜 기자에게 본인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이 예비후보님의 공약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아직 다 정리가 되지는 않았는데요. 수원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동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공서들이 이전해 가고 빈터가 여기저기 생겼는데 수원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예산이 없습니다. 

그러면 그 지역은 점점 노후화되면서 위험해지겠죠.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돈 있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떠나면서 빈집과 빈점포가 늘어나 더욱 안전 문제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25년간 경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구도심이 점차 쇠퇴해가는 것을 지켜봐 왔습니다. 과거 얼마큼 번성했던 곳인지 알기에 현재의 초라한 모습 볼 때면 가슴이 아픕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다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개발이 이뤄지면 안전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입니다. 다만 저는 도시 리뉴얼 전문가가 아닌 데다 수원정 지역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보니 수원병과 수원갑에 출마하는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현준 전 국세청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약을 계발하고 있습니다.

영통 소각장 이전도 반드시 해결하고 싶습니다. 소각장 인근에는 초‧중‧고교가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호흡기 관련 질병을 앓을까 걱정이 됩니다. 소각장 특별법이든 뭐든 만들어서 일단 아이들이 안전하게 숨쉴 수 있게 키워야 하잖아요.

소각장을 지하화·현대화하면 이와 같은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할 부지를 찾는 게 난맥상이긴 하나 어렵다고만 얘기하고 있을 게 아니라 찾아내야죠. 아동·청소년의 복지로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 정치인들은 그들이 유권자가 아니어서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같아요. 대화와 설득,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 아닌가요? 이게 왜 지금껏 불가능했는지 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상대도 만만치 않은 데 승리를 예측하시나요? 

△ 저는 상대방에 대해 생각한 적 없어요.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이기든 지든 그 나름의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했을 때 실패로 끝난 적은 없었습니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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