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미국은 물론 유럽 역시 인하 행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렇다고 저금리 시대로 당장 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전망이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쪽으로 정리되고 있어 ‘중간 수준’의 금리가 꽤 길게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대비는 아직 미흡한 형편이다. 미디어펜은 앞으로 5회에 걸쳐 이른바 ‘중금리 시대’를 전망하며 업권별 상황과 재테크 전략 등을 탐색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조기에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진 까닭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한 인터뷰를 통해 “시장이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크게 반영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목표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연준의 완화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당장 오는 3월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 시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3월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금리 1.5%포인트(p)를 내릴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중금리 시대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 금리를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내리진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올 초 한국은행의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중반 수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국은행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커져 물가의 둔화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확인된 경제지표가 공격적 금리 인하 필요성을 약화시켰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하 방향성 자체를 훼손하진 않았다는게 업계 평가다.
이처럼 위축된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서도 여전히 기회는 존재한다. 국내 증시의 경우 1분기까지는 보합장을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고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2분기부터는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3분기 고점을 찍은 뒤 미국 대선이 예정된 4분기부터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하방 압력이 커지며 조정장세를 띌 전망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 바이오, 화학, 음식료, 기계(전력설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반도체는 업황 개선에 따른 메모리 제품 가격 반등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는 상반기 반영될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밸류에이션 조정 가능성이, 화학은 올해 글로벌 에틸렌 신증설이 대폭 축소되며 공급 과잉이 본격적으로 해소되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이어 “해외 자산으로는 미국 증시가 중국, 유럽 증시 대비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하의 시기가 다가올수록 채권의 매력 역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올해를 ‘채권의 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채와 투자등급 선진국 회사채를 주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채권 투자의 경우 매수·매도 레벨을 설정해두고 반복적으로 매매 차익을 확보하는 게 올해 수익률 방어에서는 유리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리는 하락 또는 상승 같이 추세적 방향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않은 체 제한된 레벨 내에서 등락을 되풀이할 전망”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차익 기회는 계속되서 제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이어 “미국 10년물 기준 4~4.25% 레벨에서 저가 매수 진입하고 4% 아래에서 매도하는 전술적 차익 거래를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