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 BYD 발(發) 가격 인하 전쟁(치킨 게임)이 막이 오르면서 기업들의 출혈 경쟁이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하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데 따른 구매 유도책인 동시에 전 세계적인 보조금 삭감 기조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속되는 출혈경쟁에 전기차 수익성 악화 우려를 넘어 업계 공멸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최근 격전지인 독일에서 가격을 최대 15% 내렸다. 주력 차종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아토3' 가격이 4만7000유로(약 6800만 원)에서 4만 유로(약 5800만 원)로 약 1000만 원가량 내렸다.
테슬라도 발 빠르게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독일에서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을 9%, 8.1%에 해당하는 5000 유로(약 730만 원)씩 인하했다. 이에 더해 테슬라는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에서도 가격을 최대 10.8% 인하했다. 앞서 올해 초 중국에서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각각 5.9%, 2.8% 내린 지 일주일 만에 유럽에서도 몸값을 낮춘 것이다.
이번 전기차 가격 경쟁은 BYD가 주도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중국의 BYD가 점유율을 늘려 1등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에는 테슬라가 미국·유럽·한국 등 주요 지역에서 차량 가격을 최대 19% 할인하며 1차 가격 전쟁을 일으킨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7500 달러(약 1000만 원) 할인 판매한다.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이달까지 미국에서 2024년형 아이오닉 5·6와 코나 일렉트릭을 구매하는 개인 소비자에게 7500 달러의 현금 보너스를 제공한다. 폭스바겐은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ID시리즈 가격을 최대 30% 인하했고, 포드·리비안·루시드도 가격 인하 방침을 밝혔다.
전기차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하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데 따른 구매 유도책인 동시에 전 세계적인 보조금 삭감 기조에 따른 대응으로 해된다. 다만 지속되는 출혈경쟁에 전기차 수익성 악화 우려를 넘어 업계 공멸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업계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지난 19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자동차 관련 행사에서 "테슬라가 계속해서 가격 인하 정책을 쓸 경우, 전기차 업체는 공멸할 것"이라며 "비용의 현실을 무시하고 가격을 인하한다면 결국 전기차업체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분별한 가격 인하로 전기차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보조금 삭감 기조에 따라 업체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할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출혈 경쟁이 길어질수록 수익성이 악화된다. 무분별한 출혈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과도기를 거쳐 결국 품질,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업체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