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LG화학이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3대 신사업 투자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석유화학 부진은 중국의 수요 감소와 품질 향상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화학사들이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는 물론 신약개발이라는 차별점을 가지고 미래 중심 축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LG화학 제공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5조2497억 원, 영업이익 2조529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8.3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11%(약 4500억 원) 감소했다. LG화학 측은 이와 관련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불황은 단시일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의 범용 플라스틱에 대한 생산능력과 품질이 동시에 향상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2억2900만 톤인 반면 수요는 1억8800만 톤에 불과하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3대 미래 신성장동력을 지정하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개발에 2025년까지 10조 원을 투자해 사업의 중심 축을 옮긴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설립에 4조 원을 투입해 생산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의 관련 설비 투자는 계속 늘고 있어 2020년 2조5780억 원, 2021년 3조1530억 원, 2022년 3조531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LG화학은 최근 이탈리아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 이엔아이(ENI)와 차세대 바이오 오일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26년 LG화학 대산 사업장에 연 30만 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공장을 완공하기로 했다.
HVO는 폐식용유 등의 식물성 원료에 수소가 첨가돼 만들어지는 차세대 바이오 오일이다. 저온에서도 얼지 않아 차량용·항공용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LG화학은 HVO를 사용해 고흡수성수지(SAP),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염화비닐(PVC)과 같은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약 개발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 LG화학 손자회사인 미국 기업 아베오는 최근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음성 두경부암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 ‘파이클라투주맙’ 임상 3상에 본격 착수했다.
파이클라투주맙은 종양을 키우는 간세포 성장인자(HGF)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의 단일항체 기반 표적항암제다.
LG화학은 이번 임상 3상에서 두경부암 치료에 쓰이는 표적항암제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 단일 요법을 대조군으로 파이클라투주맙 및 얼비툭스 병용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신사업들은 아직 회사의 주축으로 자리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매출 기여도는 적지 않다. 지난 2022년 배터리와 바이오 사업부문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막대한 투자를 하는 만큼 재무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의문은 뒤따른다. 이에 대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적기에 육성해야 한다"며 "관리가 가능한 운전자본은 내부 관리 목표를 수립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해 현금 흐름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자"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