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앉자마자 민생 대화를 주욱 했다. 민생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특별히 주제를 바꾸지 않았다. (민감한 이슈 이견에 대해) 그런 언급 자체가 없었다. 현안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게 없다. 당정은 늘 소통하고 있고 충분하게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고, 이전에도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거라 생각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2시간 40분 가까이 오찬 회동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대화 내용에 대해 오로지 '민생'만을 얘기나눴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만 참석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 논란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오찬 회동은 1차적으로 김 여사 논란 및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에 따른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등 최근 2주간 불거졌던 갈등 국면이 완전히 봉합됐다는 대외적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번 갈등의 속내와 해결 과정에 대해선 전혀 드러나질 않아, 향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1.29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 회동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정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도운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영세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별도의 오찬을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남으로는 6일전 서천시장 화재현장 방문에 이어 세번째다.
관건은 이제부터다. 이처럼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당장 닥친 최대 현안은 국민의힘의 4.10 총선 승리를 위한 '공천'이다.
당장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6일간 전국 253곳 지역구 후보자들의 공천 신청 접수를 받는다.
국힘 공관위는 공천 접수가 완료되는대로 수도권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부터 가급적 빨리 후보를 확정해 야당 후보와의 경쟁에 대비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공천 과정에서 윤심에 기댄 특정 후보들에 대해, 당권을 쥐고 있는 한 위원장이 어떻게 평가하고 수용할지 여부가 양측 갈등이 다시 불거지느냐를 좌우할 전망이다. 수직적 당정관계가 아닌 수평적 당정관계가 이루어질지 여부가 핵심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현재의 권력이지만 한 위원장은 미래 권력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이번 4.10 총선을 위한 공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공천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오직 민생', '당정 협력'만을 강조하는 양측이 또다시 혼선을 부르는 갈등 국면을 자아낼지 온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