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재계가 오는 11월 예정인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연거푸 승리하며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뽑히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재대결이 현실화한다. 주요 경합 지역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오차 범위 밖에 우세를 점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현행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등 미국의 기업 정책에 큰 변화가 펼쳐질 수 있어 한국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IRA 폐지 등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의 공급망 경쟁은 그대로 이어가되 자국에서 많은 세금이 발생하는 IRA 보조금을 삭감해 미국 경제에 최우선적으로 유리한 경제 지형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의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서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영상에서 "바이든 정부가 부자들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으로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일반 미국인들은 전기차를 살 여유도 없고 사용하기를 원치도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식 경제정책에서 동맹·우호국들에 대한 배려는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도 최근 '공화당과 트럼프의 통상 분야 공약 주요 내용과 시사점' 리포트를 발표하고,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포트는 미국이 경제회복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편적 관세, 상호무역법 등의 관세 정책을 확대하고 대(對)중국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캠프가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및 캐나다산 자동차·자동차 부품을 지목한 만큼 한국도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의 기후 및 에너지 정책이 폐지·완화되고, 에너지 안보 및 공급 확보를 위한 정책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지원법(Chips Act·반도체법)·IRA 등 보조금 정책을 철회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되고 있어 맞춤형 대미 투자를 강화한 한국의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미국의 칩스법·IRA에 대응하고자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은 모두 미국 현지에 공장을 새로 짓는 등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한 상황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파운드리 공장, SK하이닉스가 캘리포니아에 연구개발(R&D)센터를 건설한다.
자동차에서도 현대자동차가 미국 동부에 전기차 전용 공장,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각각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역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독자 혹은 합작 형태로 미국 곳곳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보조금 정책이 대대적으로 축소되거나 아예 폐지되면 한국 기업들의 타격은 막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IRA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중국과의 거래를 끊고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삭감된다면 공연히 미국에 대규모 공장만 투자한 격이 되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은 IRA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2년 8월 이후 미국 내 1억 달러 이상 투자 계획 발표 건 중 한국 기업의 투자 건수가 20건(30.3%)으로 가장 많았다.
아직 미국 대선까지 8개월 여 남았고, 그 사이 변수가 많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현실화하면 어떤 형태로든 한국 재계에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정책 제언 중 64%를 수행해 높은 이행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협회는 "아직 미국의 양당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선거 국면) 초기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만큼 통상과 관련한 대선공약을 살펴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가능성의 하나지만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 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미국 현지 투자가 상당부분 진행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맞춤형 대응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