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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06번째 재판 1심 선고…사법리스크 해소 될까

2024-02-02 15:29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과 관련한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의혹 사건 선고가 오는 5일 열리는 가운데,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또 재계 일각에서는 더 이상 기업인이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 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에 제기된 의혹들 모두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정치적인 사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2년 6월 7일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주요 시장 비지니스를 위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오는 5일 오후 2시부터 이 회장을 포함한 총 14명의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당초 지난달 26일로 선고기일이 잡혔었지만 한 차례 연기됐다. 

앞서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은 약 9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후 이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법원에 출석해 왔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이후 수년째 사법 리스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경영 활동 제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삼성전자에 닥친 위기론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주일에 한 번씩 법원에 출석하는 등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 “불법 승계를 위한 합병” vs “합병 자체에 문제 없어”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이재용 회장 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고, 그 과정에서 4조5000억 원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주장 중이다.

여기에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부채로 잡으면서 자산을 과다 계상한 혐의도 적용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합병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합병 비율은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산정됐고, 삼성물산 주주총회 표결 결과 전체 주주의 69.53% 찬성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이 가결됐다는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다.

회계 문제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와 삼성물산 합병 이슈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7월에 이루어졌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그 이듬해인 2016년에 이뤄졌기 때이다.

또 이 회장 측은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해 경영권 승계라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불법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법령 위반 또는 배임·횡령 등으로 인한 계열사 피해가 없다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었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 “검찰 주장, 삼성 겨냥한 정치적 사건” 힘 실리는 이유

재계에서는 이 회장과 관련된 재판이 삼성을 겨냥한 정치 재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재판의 방아쇠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의 경우, 정부의 입장 번복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6년 12월 21일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와 공시 적절성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에 삼성바이오 측 역시 이듬해 1월 금감원에 관련된 내용을 질의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감리를 의뢰했고, 회계사회는 “삼바의 회계 처리가 국제회계기준(IFRS)에 부합한다.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고, 금감원 역시 ‘문제없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기용되면서 해당 판단이 번복된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출신이면서 ‘삼성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던 김 전 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처리를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2018년 4월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2주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금융위원회 산하의 증권선물위원회는 같은 해 11월에 분식회계라고 규정하고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금감원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문제없음’이라고 했던 것을 ‘문제 있음’으로 번복했다.

금융 기관이 정권에 따라 입장을 번복하며 한 기업을 불법 기업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후 이 회장의 재판 전 단계에서 진행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결정 과정에서도 이번 사건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는 2020년 6월 9시간 회의 끝에 검찰에 이 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이 회장을 기소했다. 이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은 결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라며 “거미줄 같은 규제는 차치하더라도, 삼성바이오 사태에서 보듯 ‘제도적 안정성’마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강남대 교수는 “(5일에 있을 재판부의 판결이) 죄 없는 기업인에 대해 있는 그대로 판결해 국가 경제와 기업의 활력은 물론, 민생경제가 살아나도록 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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