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의 ‘위기 타개’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 건설업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해외시장에 건 승부수가 제대로 통하면서 업계 ‘맏형’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누적 매출 29조6514억 원, 영업이익 7854억 원, 당기순이익 6543억 원, 신규 수주 32조4906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39.6% 증가해 목표였던 25조5000억 원을 116.3% 추가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매출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각각 36.6%, 38.9% 상승했다. 신규 수주는 연간 목표였던 29조900억 원의 111.7%를 달성했다.
지난해 실적 상승 원동력은 단연 해외사업부문 성장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이 본격화되고 샤힌 프로젝트 등 실적이 반영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해외 수주액은 12조8684억 원으로 지난해 사우디 아미랄 패키지 1·4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전년 대비 80.3%가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 증가를 비롯해 신한울 원자력 3·4호기 주설비 공사, 남양주 왕숙 국도47호선 지하화 공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등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면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90조49억 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 건설업계가 유동성 위기로 고전하는 와중에도 현대건설은 안정적인 신용등급과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업계 최상위 수준인 ‘AA-(안정적)’ 등급을 부여받은 바 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4조5815억 원, 순현금은 2조2809억 원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불능력인 유동비율은 179.7%, 부채비율은 126.8%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안정적 재무구조를 인정받아 현대건설은 지난달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600억 원 모집에 6850억 원 투자수요를 확보해 4.3대 1의 초과수요를 달성했다.
업황 악화에도 계속되는 현대건설의 독보적 행보에 윤 사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2021년 현대건설 사장으로 부임한 윤 사장은 취임 이래 주택경기 침체, 원자잿값 상승, PF 우발채무 등 숱한 위기를 겪어왔다.
고비처마다 윤 사장이 꺼내든 카드는 적중했다. 지난 2022년에는 윤 사장이 주택사업본부장 재임 당시 신설했던 리모델링사업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역량 강화에 힘쓴 결과 ‘리모델링 강자’로 떠오르며 그 해 도시정비사업 시장을 석권했다.
지난해에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답을 찾았다. 기존에도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을 준비하던 윤 사장은 지난해 6월 역대 최대인 50억 달러 규모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연전연승을 거둔 성적표에도 윤 사장은 자만하지 않고 또 다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윤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봉산개도 우수가교(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마주치면 다리를 세우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건설인들의 전문성을 발휘해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공의 이정표를 만들어나가자”고 다짐했다.
이어 “대형원전, SMR 등 핵심사업과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29조7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샤힌 프로젝트와 국내 주택부문 매출이 견조한 가운데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매출을 통해 이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핵심 분야 초격차 기술 확보, 에너지 밸류체인 확대, 고부가가치 해외사업 추진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대형 원전을 포함한 SMR, 원전해체, 사용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전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이미 독보적인 사업역량을 인정받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비경쟁·고부가가치 해외 수주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