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정부가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조건을 세분화해 차등 적용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0% 보조금 기준 차량 가격을 낮추는 대신 성능이 떨어지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보조금이 줄어든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는 국산차에 유리하고 수입차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7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6일 '2024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환경부는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이달까지 국고 보조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 방향은 전기차 보급 촉진과 전기차 성능 및 안전·환경성 제고, 전기차 이용 편의 개선 등을 고려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개편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승용 기준) 국고 보조금 최고액은 지난해(680만 원)보다 30만 원 줄어든 650만 원(중·대형 기준)이다. 소형전기차에는 최대 55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보조금을 100%받는 차량 가격은 기존 5700만 원 미만에서 5500만 원 미만으로 조정된다. 5500만 원 이상 8500만 원 미만 전기차는 보조금 50%를 받게 된다.
또한 주행 성능이 낮으면 보조금이 줄어든다. 1회 충전 주행거리(중·대형 승용 기준)에 따른 보조금 차등 구간은 500km까지 확대되며, 400km 미만 전기차에 대한 지원이 축소된다. 충전속도가 빠른 전기차는 추가 혜택(인센티브)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효율계수도 도입해 배터리 밀도가 500Wh를 초과해야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산 주력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유리하다. 국산 배터리는 현재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절대 다수다.
반면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400Wh 이하로, 보조금이 줄어든다.
배터리 재활용 가치에 따른 배터리환경계수도 도입해 배터리에 포함된 유가금속의 무게(kg당) 가격을 따진 뒤 가격이 낮을수록 보조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도 원자재 가격이 비싼 NCM 배터리가 저렴한 LFP 배터리보다 유리하다.
이밖에 차량정보수집장치(OBD)를 탑재한 전기차에 안전보조금이 지급해 안전성을 강화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삭감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시판 중인 중국산 LFP 배터리는 테슬라 중국 생산분 '모델Y' 차량에 탑재되므로, 모델Y를 직접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LFP 배터리 탑재 모델Y는 현재 국내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국산 전기차를 더욱 육성할 수 있는 제도라는 호평이 있는 반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삼원계 배터리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재활용에 용이해 LFP 배터리에 비해 더욱 친환경성을 띄는 만큼 보조금도 더 받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산업 차원에서는 중국산 배터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지 않도록 일종의 유예 기간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Y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성능이 더욱 뛰어나지만 다소 비싼 국산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 했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LFP 배터리와 달리 리튬이온 배터리는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차원에서도 이점이 분명하다. 결국 정부가 가격만 빼면 모든 면이 중국산 LFP 배터리에 비해 우수한 국산 배터리의 보급 확산을 촉진하는 셈이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LFP 배터리 탑재가 확산되는 현실을 외면했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완성차들이 LFP 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어 신형 수입 전기차들이 보조금 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소비자 선택권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