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국내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과도하게 낮은 소위 ‘저PBR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저PBR주라도 어떤 종목을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기준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국내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과도하게 낮은 소위 ‘저PBR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저PBR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열풍은 이미 단순한 ‘테마’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무게감을 획득했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 병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문제를 다름 아닌 정부가 정면 대응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저PBR주들이 동일한 흐름을 보이는 게 아니라는 점에 있다. 통신주들의 흐름을 보면 이와 같은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내 통신 3사는 SK텔레콤 0.97배, KT 0.59배, LG유플러스 0.55배 등 전부 PBR이 1배 미만인 저평가 상태다. 지금 당장 이들 회사가 사업을 청산하더라도 자산가치가 현재 시가총액보다 높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보험‧은행‧유통‧자동차 등 전통적 저평가(저PBR)주들과는 달리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의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KT가 지난 1일과 2일 연이어 약 4%씩 상승하긴 했지만 그 이후론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그나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주가에는 그만큼의 등락마저도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통신 규제, 실적 악화, 제4이동통신사 진입,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등 통신주 특유의 악재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똑같은 저PBR주라도 옥석 가리가 필수적이라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견해도 수렴하고 있다. 강진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저PBR 테마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정부정책 세부내용 발표까지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2~3월 동안 ‘옥석 가리기’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강 연구원은 옥석 가리기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①PBR이 1 이하일 것 ②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FCF)이 충분할 것 ③현금배당성향이 높을 것 ④배당수익률이 높을 것 ⑤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지속성이 있을 것 ⑥부채비율이 높지 않을 것 등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기준에 따르면 현대해상·기아·영원무역·JB금융지주 등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부연했다.
개별종목 선정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이미 ETF 시장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ETF 시장서도 ‘저PBR’ 관심…지주회사도 주목해 볼만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TF 시장에서도 저PBR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다”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언급됐던 지난달 24일부터 2월2일까지 자동차, 은행 ETF 등의 거래대금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단, 이들 ETF의 거래대금은 대부분 2월 1‧2일 고점을 찍고 5일엔 하락했다.
금융위원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소식 이후부터 지난 2일까지 국내 주식형 ETF 거래대금 순위를 보면 ARIRANG 고배당주(12위)‧KODEX 자동차(13위)‧KODEX 은행(23위)‧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28위)‧TIGER 지주회사(29위) 등이 비교적 상위권에서 눈에 띈다.
저PBR 관련 향후 흐름에 대해서는 단기급등 양상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날 때까지는 기대감이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주회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관련 제도 개선으로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의 자사주 소각 검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PBR이 낮고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는 (지주사들이) 전통적인 저PBR 상태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최근 단기 주가 급등에 따른 속도에 대한 부담감은 있으나 저평가 해소에 대한 방향에 있어서는 편안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