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저축은행에 이어 카드사들도 중금리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조39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조7051억원)와 비교해 18.2% 줄어든 액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카드업계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증가세를 이어왔다. 2022년 말 당시 6275억원에 그쳤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1분기 1조2068억원을 기록하며 2배가량 뛰었다. 이어 2분기 1조5977억원, 3분기 1조7051억원으로 늘었다.
저축은행에서 중금리대출 취급액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관련 수요가 카드사로 쏠렸으나 연체율 악화 등에 따라 카드사들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는 모습이다.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민간 중금리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1조4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1436억원) 대비 53.7%(1조6890억원) 급감했다. 2022년 말(1조5088억원)과 비교해도 3.6% 줄었다.
중금리대출 상품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데 반해 리스크가 높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과 더불어 조달비용 증가로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선이 금융당국이 정한 상한선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8개 카드사들의 지난해 3분기 말 연체율은 평균 1.23%로 전년 동기 대비 0.50%포인트나 높아졌다. 카드사별 연체율은 하나카드 1.66%, 롯데카드 1.49%, 우리카드 1.36%, 신한카드 1.35%, KB국민카드 1.21%, 삼성카드 1.07%, BC카드 1.05%, 현대카드 0.62% 순이었다.
또 지속된 고금리 기조에 여신전문금융채 금리도 오르며 조달비용이 증가하자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의 금리도 올리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4.61%로 전월(14.46%)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현금서비스 역시 같은 기간 17.70%에서 17.87%로 0.17%포인트 올랐다.
중금리대출은 금융회사가 신용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정부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중금리대출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업권별 ‘민간 중금리대출’ 요건에 부합하기만 하면 해당 대출에 규제상 인센티브를 부여, 대출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도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민간 중금리대출이 축소되지 않도록 금리 상한 기준을 합리화해 민간 중금리대출 확대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금리 상한을 상향조정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2022년 상반기 16%에서 하반기 16.3%, 지난해 상반기 17.5%까지 올랐으며, 카드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11.29%에서 하반기 12.14%, 상호금융업권은 9.01%에서 하반기 10.5%로 오른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나 대출상품 금리에 반영되는데는 3개월 가량 시차가 있는데다 저신용자 대출 수요가 늘면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