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김태호 '낙동강 벨트' 투입...중진 차출 신호탄?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들이 깃발을 꽂고 있는 영남권 최대 격전지 '낙동강 벨트' 탈환 작전에 화력을 쏟고 있다. 지난 6일 광역단체장 출신인 서병수(5선·부산 부산진갑), 김태호(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에게 부산 북강서갑과 경남 양산을 출마를 요청한데 이어 7일에는 3선 중진 조해진 의원(밀양·의령·함안·창녕)에게 김해갑·을 출마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앞으로도 중진들을 향한 '험지 차출' 요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낙동강 벨트 염두에 두고 서병수·김태호 의원에게 헌신을 말씀드렸다”며 “낙동강 벨트엔 당 현역 의원이 없는 곳이 김해갑·을도 있다. 그 지역까지 저희들이 승리한다면 낙동강 벨트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여러가지 고려해 조해진 의원께 김해갑이나 을에 가셔서 당을 위해 헌신해달라고 말씀드렸다”라고 밝혔다. 

영남 지역 중 부산 서부 지역과 김해·양산은 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험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해 출신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양산이 고향이다. 현재 경남 낙동강벨트 4석 중 3석, 부산 낙동강벨트 5석 중 2석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김해갑은 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3선, 김해을은 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재선을 했다. 

서병수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낙동강 벨트라 불리는 부산 북·강서갑으로 출전하라는 당의 요구를 받았다"며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 각오는 한결같다. 나라와 당을 위하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했다. 부산 북강서갑은 민주당 전제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다. 

서 의원은 부산 해운대·기장갑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한 후 부산 시장을 지냈다. 이후 21대 총선에선 부산 진갑에 전략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서 의원은 "제가 당의 요구를 따르는 건 오로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함이다"라며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이라는 거대 권력이 여전히 국정을 가로막고 헌정을 농단하고 있다. 이제는 국회 권력을 교체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부산·경남권 낙동강 벨트 주변의 9개 선거구에서 5개 선거구가 민주당 지역이고, 상당히 민주당 강세인 지역”이라며 "역대 선거에서 언제나 우리가 낙동강 벨트 쪽에 걱정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거기서 우리에게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늘 고심이었다 이번에 당에서도 그런 점 충분히 감안해서 중진들을 배치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버티고 있는 경남 양산을 출마를 요청 받은 3선 중진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도 '희생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벨트 험지 탈환'에 대한 수용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 의원은 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당의 요구를 계속 미룰 수는 없는 것 같다"라며 "당이 필요해서 오라고 하는데 안 갈 수 있나. 거기 가서 잘 되는 게 또 우리당에게도 좋은 거라는 마음"이라며 당의 요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당 지도부로부터 김해 지역구 출마를 요청 받은 조해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저는 기본적으로 4선에 당선돼서 지역과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것에 대해서 준비해왔다”며 “그런 한편, 중진의 입장에서 나라가 어렵고 제가 큰 은혜를 입은 당이 힘든 선거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총선 승리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하는 문제도 고심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3선까지 키워주신 밀양·의령·함안·창녕의 당원과 당직자, 주민 여러분의 생각도 여쭈어봐야 하고, 당으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은 김해 시민의 입장도 헤아려봐야 한다”며 “선거가 임박해 있기 때문에 길게 시간을 끌 수는 없고,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려서 당의 공천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중량급 있는 중진 의원들을 대거 낙동강벨트에 배치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현역 의원이나 중진 의원들을 상대로 한 험지 출마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장 사무총장은 “계속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각 권역별로 험지라고 하는 데에다가 이길 만한 분들을 좀 가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다고 판단되는 중진 험지 출마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