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남북 마라톤협상 성과 이모저모…박근혜 정부 남은 과제는?

2015-08-25 16:03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남북은 최고조의 위기 속에서 43시간에 걸친 고위 당국자 접촉 끝에 25일 오전 0시55분 합의를 도출, 6개 항으로 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임기 반환점을 갓 돈 박근혜 정부가 모처럼 맞이한 남북관계의 해빙 기조와 함께 국정 수행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발표된 공동보도문 1항에 따르면 남북은 관계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평양 또는 서울에서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고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장관급 이상 대화 채널이 가동되면 정치·군사 문제나 교류·협력 과제 해결이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공동보도문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도 이를 가감없이 내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등의 전례와 달리 북측의 '유감' 표명이 문서화된 것으로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상의 사과를 표현한 것이라는게 주된 해석이다.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남북 합의문에 ‘북측’과 ‘유감’이 동시에 들어간 첫 사례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지뢰도발 사건에 대해 지뢰 매설의 주체를 북한으로 분명하게 명시하지 못한 점, '도발'이 아닌 '폭발'로 명시한 점, 지난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 도발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이 명기되지 않은 점 등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남북은 지난 22일부터 고위 당국자 접촉을 시작해 마라톤 협상 끝에 25일 오전 0시55분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 총 6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보도문은 남북 고위급 대화 합의 및 북한이 지난 4일 자행한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 등으로 구성됐다./사진=통일부 제공

이와 함께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는 공동보도문 3항도 사실상 대북 심리전 중단을 의미해 논점이 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협상 타결 약 1시간 뒤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회담 과정에서) 끊임 없이 북한에 대해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며 “북측이 원하는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임으로써 여러가지로 함축성이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 사항이 남북간 도발의 재발방지 약속 논의과정에서 도출된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발방지 및 책임자 처벌이 분명하게 명시되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다만 북한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점, 대북 확성기가 효과적인 북한 체제 위협요인임을 확인한 점, ‘비정상적인 사태’를 전제로 이를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 및 정례화(5항),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 활성화(6항)에 합의한 것이 소기의 성과로 꼽힌다. 남북은 내달 초 적십자 실무 접촉을 갖기로 함에 따라 지난해 2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통일부 발표내용에 따르면 회담 중 북측에 유리한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는 우리측이 거부했고 5·24 대북제재조치 해제,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민간 교류 활성화 및 대북교류사업은 향후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합의를 남북관계 개선으로 잇기 위해 우리측은 철저한 합의 이행과 신뢰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이 앞으로 남북간 신뢰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이날 김영우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모든 약속은 실행이 없으면 의미도 없다. 남과 북이 진정성을 가지고 합의된 내용을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군과 국민 모두는 앞으로 있을 모든 상황에도 빈틈없이 대비해야하며 확실한 안보만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남북 합의를 전제하더라도 북한에 도발의 여지를 주지 않는 대비태세가 필요함을 상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인제 의원이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값싼 유화책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며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영·독 불가침 조약 위반 사례를 제시한 바 있듯 평화 기조만을 우선시한 무조건적인 대북 협력도 경계 대상이다.

이날 정오께 합의문 4항에 따라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고 우리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이행하면서 한반도 내 극한 군사 대립은 일단 해소됐다. 당분간 남북관계도 안정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 대립 속에서도 여야는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했으며 국민 여론도 북한도발에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야당도 정부의 남북협상 결과를 긍정 평가하면서 박근혜 정권은 국론 통합 기조 아래 국정과제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일찍이 ‘균형 외교’를 외교정책으로 표방한 정부는 9월 초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과 10월 방미를 통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가을 중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교육·공공·노동 4대 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하반기 노동시장 개혁을 연내 완수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야당과 노총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이밖에 국회선진화법을 근거로 야당이 반대해 수년째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 최근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른 청년실업문제도 해결하려면 정부·여당의 협상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편 이번 남북 합의문 1항에 근거해 협상 중 논의하지 못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대화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