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고금리 여파에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카드사들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급증으로 올해까지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실적이 공개된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삼성)의 지난해 합산 순이익은 총 1조86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조393억원)보다 8.6% 감소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2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이는 이자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로 인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신한카드의 이자비용은 9454억원으로 1년 새 33% 늘었고, 대손충당금도 8839억원으로 57.8%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0.41%포인트가 상승한 1.45%를 기록했으며, 연체 2개월 전이율은 0.46%로 전년 말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카드 측은 “전년 대비 취급액 증가와 무이자 신판할부 비중 축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및 대손 비용의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511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5조2499억원으로 1년 전 4조7239억원보다 11.1% 늘었지만, 고금리 여파로 조달비용이 늘어난 데다가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영업비용 3조3771억원 가운데 이자비용은 703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5096억원) 대비 38%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03%로 전년 말 대비 0.11%포인트 올랐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06%를 기록해 전년 말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094억원으로 전년보다 2.1% 줄었다. 매출은 4조42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이 8100억원으로 전년보다 4.6% 감소했다. 연체율은 1.2%로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 전년 말 대비 0.3%포인트 올랐다.
당기순이익 감소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고금리 지속의 영향으로 고객들의 상환능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워크아웃 접수금액도 늘어나면서 대손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120억원을 기록해 전년(2050억원) 대비 45.3% 급감했다. 5개 카드사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은 1630억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9%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1.22%으로 지난해(1.20%)보다 0.02포인트 증가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0.9% 감소한 1710억원을 기록하며 우리카드와 함께 두 자릿수 감소 폭을 보였다. 충당금 등 전입액은 3511억원으로 전년(2189억원) 대비 60.4%나 늘었다. 하나카드의 지난해말 연체율은 1.67%로 2022년 0.98%에서 0.69%포인트 올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카드사마다 각종 금융비용을 선반영하면서 영업비용이 증가해 실적이 나빠진 면이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아 올해도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