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정유사들이 불황 속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윤활유 사업 확장에 나선다. 지난해 국제유가 불안정으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윤활유 사업만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각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지난해 일제히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윤활유 사업은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들은 윤활유 사업을 통해 석유 본업의 손실을 메우고 신사업 추진 탄력을 얻는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 전기차용 윤활유 '세븐EV'./사진=에쓰오일 홈페이지 캡처
회사 별로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903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1.4% 감소했다. 동기간 에쓰오일은 영업이익 1조4186억 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58.3% 급감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616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77.9%나 축소됐다. 아직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GS칼텍스도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관측된다.
큰 폭의 실적 하락 중에도 윤활유 사업 만은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윤활유 사업으로 99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9% 감소했지만 전체 영업이익 중 과반을 넘으며 정유사업 영업이익(8109억 원)보다도 많았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윤활유 부문에서 815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정유 부문(3991억 원)의 영업이익을 훌쩍 뛰어넘어 전체 영업이익의 과반을 책임졌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4분기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이 각각 영업손실 729억 원, 339억 원을 기록했지만 윤활기유 부문은 홀로 흑자 347억 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사들은 통상 윤활유 매출이 전체의 5~10%에 그치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영업이익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신사업 일환으로 윤활유 부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활유는 각종 기계요소의 활동부나 전동부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마찰을 감소시키며 기계 장치의 수명 연장 등을 돕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도 확장되고 있어 신사업 추진에 용이하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엔무브를 통해 전기차용 윤활유 사업을 확장하고 2040년 글로벌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세븐 EV'를 출시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늘고 있는 고급 윤활기유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가 늘어나고 있다.
GS칼텍스는 윤활유 시장 변화에 맞춰 하이브리드카 전용 엔진오일 '킥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용 윤활유 '킥스 EV' 등을 선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초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 산업차량용 윤활유 '엑스티어(Xteer)'를 공급하면서 북미 윤활유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유는 내연기관차 뿐만 아니라 전기차, 다양한 산업기계에도 사용되므로 일정한 수요가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며 "부가가치가 높아 정유업계 실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