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토종 이커머스 11번가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음에도 중국 기업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K 계열 오픈마켓 플랫폼인 11번가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이커머스 업계가 11번가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 안정은 사장이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CEO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11번가 제공
최근 11번가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는 주요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투자설명서)를 발송했는데, 중국 기업들이 한국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11번가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테무, 쉬인 등이 인수 후보에 꼽힌다.
특히 알리바바그룹의 경우, 지난해 매각전에서도 11번가 주요 인수후보로 나선바 있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국내에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 등 1세대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이 싱가폴 기반 큐텐에 인수됐다. 업계에서는 11번가 마저 해외 기업에 팔리면 토종 이커머스가 전멸하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매각설에 시달려온 11번가는 우선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다. 2025년까지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SK스퀘어 공시자료에 따르면, 11번가의 2023년 연 매출액은 전년 7890억 원 대비 10% 가량 증가한 865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매출액 기록을 경신했다. 연간 누적 영업손실은 지난해 1515억 원 대비 257억 원 감소한 1258억 원을 기록했다.
11번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분기 기준 영업손실률 13.2%로 2021년 2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11번가는 지난해 5~7월 3개월 연속, 그리고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오픈마켓(OM) 사업 기준 월간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월도 OM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11번가는 올해 1분기 내 OM 사업이 온전한 수익 기조에 들어서고, 연간 기준 OM 사업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지난 23일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2년 뒤인 2025년에는 흑자회사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시장의 변화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굳건한 펀더멘털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커머스 본질에 충실한 경쟁력을 키워 지금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11번가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중국 기업의 국내 유통 시장 진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11번가를 포함한 주요 국내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 개최했다. KC 인증, 유해성 물질 검사 등 국내 인증 검사 절차를 거치지 않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이 유통시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판매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12월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 클린’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프로젝트 클린은 △선제적 예방 조치 △신고 시스템 △품질 보증 시스템 △법률시스템 지원 △이해당사자와 협력 등 5개의 이니셔티브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가품 예방을 위해 텍스트·판매명·로고·이미지·가격 등의 요소를 식별해 가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도입하고, 반복적으로 가품 문제가 발생하는 판매자에게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한다고 강조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한국 소비자의 많은 사랑을 받는 알리익스프레스는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향후 지적재산권과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