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입찰 제한 피한 HD현대중공업, 이제는 KDDX 수주 ‘총력전’

[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 함정 입찰 제한을 피하게 됐다. 이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 한화오션과의 수주 경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상세설계와 선도함에서도 수주를 따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상 계약이행 시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2015년 발생한 사건으로 이미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하고 이를  공유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제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최종적으로 HD현대중공업은 제제를 피하면서 앞으로 발주되는 방위사업청 사업에도 입찰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방사청의 결정에 대해 “방사청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국내 함정산업 발전과 수출 증대를 통해 K-방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과의 경쟁구도도 이어가게 됐다. 방위사업청에서 발주되는 국내 함정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주로 수주해왔다. 이번에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제한을 받을 경우 한화오션이 함정 사업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방사청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과실”이라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재차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내에서는 입찰 제한 관련 재심의는 어렵다고 보고 있는 만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KDDX 사업 수주에 집중할 방침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규모가 약 7조8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올해 하반기에는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을 건조하는 사업자가 결정될 예정인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수주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본설계는 함정의 제원·성능·탑재되는 무기체계는 물론 장비의 배치·사양 등을 확정하는 것으로 함정 건조의 핵심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06년 방위사업청을 설립한 이후로 기본설계를 완료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모두 수주해왔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이 현재 함정 입찰에서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1월부터 1.8점의 감점을 받고 있으며, 이번 KDDX 수주전에서도 벌점을 적용받는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수주를 따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함정 수주를 통해 안보에 일조하는 것은 물론 수출 역량 확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호위함 수주전에서도 점수 차이가 0.1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벌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으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진행하고 있어 수주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