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지난 10년간 1.21명(2014년)에서 0.72명(2023년)으로 대폭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전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100명의 남녀가 평생 낳는 아이 숫자는 36명에 그친다는 의미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15-49세)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로, 연령별 출산율의 총합이다. 관련된 모든 통계 수치를 보더라도 인구 절벽이 아닌, '인구 붕괴' 수준이다. 이미 국내 인구는 지난 2020년부터 자연 감소 중이다.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1년 전에 비해 7.7% 감소한 22만 997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3년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17년 30만 명대로 떨어졌다가 3년 만인 2020년 20만 명대로 주저앉은 출생아 수는 2025년에 들어서면 10만 명대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역대 정부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저출산 명목으로 총 380조 원의 세금을 들이부었다. 단순 계산해도 연평균 21조 원의 예산을 들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할 정도로 떨어졌다.
전세계를 대표하는 선진국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명 되지 않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 2021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으로 한국의 2배 이상이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5년 단위로 1~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까지 세우며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저출산 현상은 악화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의 본질은, '출산'이라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여성 각자가 살아가다가 누군가를 만나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각자의 선택에 대한 '총합'을 나타낸 숫자에 불과하다. 개인의 선택에 따른다는 점을 간과하면 잘못된 해법이 도출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8일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될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는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기존 제도 역시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저출산으로 가게 된 어떤 문화적 요소, 삶의 가치적 측면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는 단기적인 또는 일회성의 대책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윤 대통령의 문제 인식이 맞다 하더라도, 저출산 명목에 들어가는 정부의 예산이 허비되고 있지 않은지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육아 및 교육 등 실제 필요한 곳에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가 더 커져야 2030대 청년들의 출산 결심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주택 특별공급에 있어서도 현재 상황에선 일반적인 기혼 부부에 비해 미혼모가 유리하고, 청년층 우대 조건이 더 높은 편이다. 개인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기에 재산 형성 측면에서 불리한 제도인 셈이다.
정부는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에서 '행정위원회'로 격상시켜, 확대 개편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비판해온 중앙부처별 보여주기식 현금성 지원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여성 개인의 선택'이라는 출산의 본질을 놓치면 저출산이라는 현상을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