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재심의 vs 억지"…HD현대·한화오션, KDDX 수주전 갈등 심화

2024-03-05 16:26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놓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입찰 제한 제재를 피했는데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재심의를 촉구하면서 경찰청에 고발까지 단행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고발을 통해 재심의를 노리고 있는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억지 주장이라며 맞서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고발…갈등 ‘최고조’

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4일 군사기밀 유출을 지시·관여한 HD현대중공업 임원을 수사하고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한화오션 측에서는 임원의 지시나 관여 없이는 군사기밀을 탈취하고, 이를 운영·관리까지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고발한 이유는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의 계약심의위원회에서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은 입찰 제한 없이 앞으로도 방사청의 특수선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을 경찰청에 고발하면서 방사청의 재심의를 촉구하고 있다. 

5일에는 고발장 제출 관련 설명회도 진행했다. 이날 설명회를 진행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방산업에서 보안은 매우 중요한데 수년 동안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취득한 것은 중대한 불법 행위”라며 “이에 상응하는 조치 없이 사업을 지속한다면 결국 유사한 행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HD현대중공업은 수년간의 군사기밀 불법 취득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화오션은 설명회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증거 자료도 내놨다. 수사 조사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은 군사기밀을 촬영했을 당시 상급자들의 결재가 이뤄졌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는 문서를 공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한화오션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설명회를 통해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결국은 KDDX 사업…갈등 분위기 지속 전망

업계 내에서는 이러한 한화오션의 고발 조치가 결국 KDDX 사업과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고발과 재심의 촉구에 대해 KDDX 사업과는 관계없으며, 우리나라 방산의 신뢰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내에서는 한화오션이 KDDX 사업을 고려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올해 하반기 상세설계와 선도함 사업자 선정이 예상되는 KDDX 사업은 규모만 7조8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KDDX는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도입하는데 6000톤급의 대형 구축함은 우니나라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만이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결국 이번에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제한을 받게 되면 한화오션이 사업을 독점 수주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KDDX 사업을 고려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고발해 방사청의 재심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재심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임원을 고발하더라도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KDDX 선도함 수주가 결정되는 올해 하반기까지 재심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화오션 측은 선도함 수주와 관계없이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제한 제재를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어 양사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방산의 위상을 높이고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시기인데 특수선을 이끌어가는 두 회사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안타깝다”면서도 “장기간 싸움이 예상되고 있어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