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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재 공세에 무방비…철강업계, "반덤핑 제소 등 무역장벽 필요"

2024-03-06 15:45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수입재 공세에 시달리면서 반덤핑(AD)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는 무방비로 저가 수입재가 유입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관세 등 무역장벽이 존재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열연강판을 중심으로 반덤핑 제소가 검토 중이지만 점차 품목을 넓힐 필요성도 제기된다. 열연강판을 소재로 사용하는 재압연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저가 수입재의 AD 제소 등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이 업체들도 아연도금강판이나 컬러강판 등 자사 제품의 경우 수요가의 수입재 사용을 견제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결국 업계 내에서는 철강 제품 전반에 무역장벽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열연강판이 생산되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무역장벽 강화는 세계적 추세…국내는 무방비 상태

6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유입된 수입 철강재는 1554만9000톤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특히 대부분이 중국산과 일본산으로 지난해 두 국가에서 들어온 철강재만 1433만3000톤에 달했다. 비중으로 보면 92.2%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수입재 유입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1월 수입된 철강재는 136만5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4% 증가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121만8000톤이 들어와 전체 수입에서 89.2%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 철강재 유입이 늘어난 이유는 국내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자국 내 수요가 부진하자 한국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본은 엔저로 인해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국내 유입이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이 수입재 유입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에서는 반덤핑 제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자국 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무역장벽이 없어 무방비 상태로 수입재가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수입산 철강재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EU(유럽연합)에서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통해 수입 철강재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고 있다. 또 중국은 과거와 같이 국내 기업이 수출 시 관세처럼 냈던 증치세는 폐지됐지만, 애초에 저가 시장인 만큼 국내 업체들의 수출이 쉽지 않다. 일본은 철강업체들부터 수요가들까지 카르텔을 형성하고 이를 뚫고 수출하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국내 기업들의 중국, 일본 수출은 제한돼 있는 반면 한국으로의 수입은 장벽이 없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요가들에겐 값싼 원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호재이기도 하지만 국내 철강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반덤핑 제소가 검토되는 품목은 열연강판이다. 열연강판은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등의 소재로도 활용될 정도로 수요가 높은 제품으로 기초 산업소재로 사용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산보다 중국산이 통상 10% 수준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판매 감소는 물론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무역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출도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반덤핑 제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연강판 시작으로 무역장벽 강화해 나가야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움직임에 불만을 제기하는 곳도 있다. 열연강판을 통해 냉연강판, 도금강판, 컬러강판 등을 생산하는 재엽연업체들이다. 대표적인 재압연업체로는 동국제강그룹, 세아그룹, KG스틸 등이 꼽힌다. 

재압연업체들은 반덩핌 관세로 인해 수입산 열연강판의 가격이 올라가면 원가가 상승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수출 경쟁력 악화를 걱정하고 있는데 원가 상승으로 인해 판매가격이 상승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만이 열연강판을 생산하고 있어 독과점의 폐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재압연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보고 있다. 재압연업체들도 결국 국내에 도금강판이나 컬러강판 등을 판매할 때에는 수입산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압연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역시 수입산의 경우 저가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열연강판뿐만 아니라 철강 전체적으로 수입에 대한 무역규제가 필요한 상황인데 단순히 원가 상승만을 보고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에 반대한다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철강업계 내에서는 열연강판을 시작으로 후판, 도금강판, 컬러강판은 물론 철근이나 형강까지 전체적으로 수입재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철강 제조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주문가능량(속칭 룸)이라 하는 생산 단위로 움직인다. 이는 생산에 들어가는 기본 수요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재압연업체들은 국산 제품이 더 쌀 때는 룸을 확보해 달라고 아우성이면서 수입산이 더 싸지면 갈아타는 행태를 보여 최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선 다양화는 기업 안정성에 있어 당연한 것이 맞다“면서도 “가격에 따라 심하게 구매처를 갈아타는 수요가는 시황이 바뀌었을 때 밉보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재압연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저가 중국산을 쓰지 말자’라는 입장이면서 열연강판은 중국산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열연강판을 시작으로 반덤핑 제소 품목을 넓혀 가야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국내 철강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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