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24조원 가까이 급증한 반면, 정기적금 잔액은 13조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청년들의 자금 형성을 돕기 위해 마련했던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지난달 대거 도래하면서, 수신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가하면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은행 요구불예금도 23조원 가량 늘었다. 연내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은행권은 막바지 자금유치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24조원 가까이 급증한 반면, 정기적금 잔액은 13조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약 886조 2501억원을 기록해 전달보다 약 23조 6316억원 급증했다. 지난 2022년 10월 약 47조 7231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예금과 달리 정기적금 잔액은 약 33조 2204억원을 기록해 전달 대비 약 13조 2671억원 줄어들었다.
예금과 적금이 반비례 곡선을 그린 건 청년희망적금의 만기 도래가 가장 큰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의 만기도래로 빠져나간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년희망적금은 소득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만 19~34세 이하 청년들이 월 최대 50만원을 2년간 납입하면, 저축장려금 추가 지원 및 비과세 혜택 등을 제공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지난 2022년 2월부터 본격 접수했는데, 이 중 83만여명이 중도 해지했고, 약 188만 9000명이 버티기에 성공하면서 지난달 21일부터 본격 자금 수확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은행들도 청년들의 자금을 재예치하기 위한 고금리 수신상품 특판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대 연 4%의 금리를 제공하는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지난달 21일부터 판매 중이다. 청년희망적금 만기 고객에게 0.5%포인트(p)를 우대한다.
하나은행은 청년적금 만기 고객 전원에게 금리우대쿠폰 2종을 제공하고,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에서 만 35세 이하 청년에게 최대 연 5.85%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연 4.6%의 이자를 제공하는 'NH1934월복리적금'을 출시해 모객에 나서고 있다.
한편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도 한달새 급증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14조 2656억원으로 1년 전 약 590조 7120억원 대비 약 3.99%(약 23조 5536억원) 증가했다.
청년희망적금 만기 자금이 대거 예금으로 유입됐음에도, 더 높은 수익률을 고대하는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올해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면서 안정적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는 '고금리 정기예금'에 뒤늦게 합류하는 반면, 위험추구 성향의 투자자는 '주식·가상자산 투자'를 관망하려는 모습이다. 이에 마땅한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한 대기자금이 요구불예금에 대거 예치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고금리 영향으로 부동산 투자가 시들했고, 주식·가상자산 투자도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고 평하면서도 "최근 비트코인 등이 폭등하고 있고 6월께 미국발 금리인하도 유력해지고 있어 투자를 관망하는 대기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의 정기예금 잔액 및 요구불예금 증가는 투자자 성향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며 "안정적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는 정기예금에 자금을 넣고, 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요구불예금에 자금을 예치해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