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초저가’를 내세우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등이 시장을 흔드는 것에 대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3년 12월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알리익스프레스의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한국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DB
7알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자 수는 지난 달 기준 81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355만 명과 비교해 1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사용자 수는 201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앱은 쿠팡(3010만 명)이다. 11번가와 G마켓, 티몬, 위메프 등 기존 국내 경쟁사들을 제치고 알리가 2위에 올랐다.
다른 중국 플랫폼 ‘테무’와 ‘쉬인’ 앱 사용자 수도 각각 581만 명, 68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이커머스는 중국 플랫폼들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상품 경쟁력과 소비자 혜택을 강화해 충성고객층을 탄탄히 굳힌다는 전략이다. 중국 알리 등이 저가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동시에 가품(짝퉁),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경우 모바일 앱에서 ‘반품마켓’을 운영한다. 쿠팡에서 판매됐다가 반품된 상품을 회사가 직접 검수해 다시 판매하는 코너다. 25% 이상 높은 할인율로 상품을 선보이고, 고가 인기 전자제품의 경우 기존 금액보다 100만 원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새 상품과 동일하게 무료배송 및 30일 내 반품이 가능하고, 가전제품의 경우 새 상품과 동일한 사후서비스(AS)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입점 판매자들에게도 혜택을 제공한다. 온라인 종합 쇼핑몰은 좋은 물건을 가진 판매자(셀러)가 곧 경쟁력인데, 알리는 입점은 물론 판매수수료까지 면제하면서 셀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에 G마켓은 오는 5월부터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 광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판매 통계서비스를 개편해 상품평, 키워드 중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입점 판매자 마케팅을 돕는다.
G마켓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우수 판매자를 다수 유치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오리지널 셀러’들에게 ‘제로 수수료’ 혜택을 제공한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 같은 자구책 외에도 정부의 실효성 있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알리익스프레스가 소비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현장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알리가 전자상거래법상 규정된 소비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중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속도전’으로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실제로 알리는 한국 상품 전문관인‘K-Venue(이하 K-베뉴)’에서 신선식품 배송까지 시작했다. 과거 쿠팡과 컬리도 신선식품을 취급하면서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그만큼 알리의 취급품목 확대는 국내 업체들에게 위협적이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코카콜라음료,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주요 제조사들도 알리에 입점했다. 동원F&B와 삼양식품, 풀무원, 대상 등도 입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정부 조치가 한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어쨌든 유의미하다고 본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이 규제도 받지 않고 국내 시장을 흔드는 것에 제동이 필요하다”며 “그와 별도로 소비자 혜택을 강화해 차별화를 꾀하는데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