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과 영풍이 경영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배당금 관련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 내에서는 영풍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보고 있는데 이번 주총 표 대결이 두 회사 간 경영권 다툼 향방이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오른쪽)./사진=고려아연·영풍 제공
◆고려아연 vs 영품, 주총서 표 대결 불가피
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은 오는 19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제3자 유상증자 배정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에만 허용하던 것을 국내 법인에도 허용하도록 기존 정관 삭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 결산 배당금을 주당 5000원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고려아연은 정관 삭제에 대해 현행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또 결산 배당에 대해서 2023년 결산 배당 1만 원에서 5000원이 줄었지만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은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76.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영풍은 정관 삭제는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기 위한 의도라고 반박했다. 또 결산 배당금으로 5000원을 지급하게 되면 중간 배당 1만 원과 합치면 총 1만5000원으로 전년 배당금 2만 원보다 5000원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2019년에도 영풍은 같은 목적과 같은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2019년 정관 변경한 것은 맞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기존의 신주인수권 관련 조항을 더욱 구체화하고 세분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배당금 관련해서도 영풍은 전체 주주의 권익을 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가 영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금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단순히 제련사업만을 영위하는 것은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 맞지 않다”며 “미래 신사업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배당은 지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풍의 경영권 장악에 고려아연 계열분리설까지 나와
두 회사의 주총 표 대결을 두고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내에 있지만 창업주가 달라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지켜왔다. 70년 넘게 이 원칙이 지켜졌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는 분위기다. 특히 영풍 측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고려아연 측에서도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두 회사는 경영권 다툼까지 가게 된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는 영풍의 행보에 대해 지나치게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후 계열 분리설이 나왔는데 이후에 영풍 측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경영 방침에 대해 영풍 측과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계열 분리설이 나고오 있는 이유“라며 ”영풍은 고려아연의 배당금이 쏠쏠한데 이를 신사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고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불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 측에서는 고려아연이 계열분리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진행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표 대결은 향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정해질 수 있어 중요하다. 실제로 정관 삭제가 이뤄지게 된다면 우호 지분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최 회장에게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실제로 계열분리를 한다면 영풍에게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영풍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고려아연 배당으로 현금을 창출해왔는데 이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의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지분을 포함해 33.2%, 영풍 측이 32%로 차이가 크지 않다. 국민연금은 약 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약 26%다. 결국 국민연금의 결정이 추후 두 기업 간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