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를 어느 항공사가 인수할지 업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1조 원에 달하는 부채까지 함께 끌어안아야 하는 만큼 비싼 몸값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LCC의 사업 다각화, 매출 측면에서 좋은 보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각 주관사 UBS는 저비용항공사(LCC) 4곳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적격인수 후보(숏리스트)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숏리스트에는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최대주주 JC파트너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 등 4곳이 이름을 올렸다.
매각주관사는 이들 4곳을 대상으로 가상데이터룸(VDR)을 통해 회사 재무 상태와 사업 내용 등을 개방한다. 앞서 4개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과 관련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대한항공 측과 UBS는 이들에 대해 현장 실사를 진행한 뒤 최종 매수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늦어도 오는 10월 전까지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매각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전의 핵심은 '자금력'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금액을 5000억∼7000억 원 사이로 추정, 여기에 1조 원에 달하는 부채까지 최대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곳은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3500억 원 수준에 불과해 모기업인 애경그룹 참여가 절실하다. 업계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후보로 제주항공을 꼽고 있지만 그룹 내부에서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수의 FI가 제주항공에 협력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몸값이 제주항공의 인수 의지 여부를 판가를 전망이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어인천은 제주항공 대비 매출이나 자산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아시아나 화물 사업 인수 의지가 강하다. 이들 역시 자금 조달 여부가 관건이다. 2022년 기준 에어프레미아(227억 원), 에어인천(45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감안하면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예비입찰에는 불참했지만 본입찰 참여를 위해 물밑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에어로케이가 본입찰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인수전은 5파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현재 총 11대(자체 보유 8대·리스 3대)의 화물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1조6071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국내외 화물 수송량 연평균 75만 톤으로 국내 2위 규모인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면 단숨에 몸집을 불려 국내 항공 화물사업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대다수가 30년 이상 된 노후 기종인 까닭에 인수 후 대규모 투자 비용을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단숨에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LCC의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고, 코로나 이후 LCC들의 외연 확장, 사업 다각화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면서 "항공산업은 경기도 많이 타고 외생 변수에 의해 많이 좌지우지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LCC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인수를 통해 어떻게든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기업이 높게 입찰가를 써서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