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비용절감 등의 목적으로 임직원 수와 점포수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연속 동반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임직원 감소폭은 1년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순이익이 피크를 찍고 내려올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인력·점포 다이어트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총 임직원 수는 7만 184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말 7만 3671명 대비 약 1824명 감소한 수치다. 임직원 수는 2022년에도 881명 감소했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비용절감 등의 목적으로 임직원 수와 점포수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인력 구조조정과 더불어 점포도 줄이고 있는데 속도는 대폭 완화됐다. 지난해 이들 은행의 지점은 총 63곳 통폐합돼 3954곳에 그쳤다. 5대 은행은 지난 2020년 이후 매년 200개 이상의 지점을 통폐합했는데,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를 발표하면서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당국은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악화를 이유로 점포 축소에 개입한 바 있다.
은행권이 임직원 수 감축과 점포 축소에 공을 기울이는 건 '비용절감'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부상한 디지털금융이 은행 업무를 일부 대체한 점도 오프라인 자원을 줄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이자이익을 앞세운 은행권의 '실적 잔치'가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금융사고에 따른 배상문제, 충당금 적립 등의 이슈가 산적해 비용절감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2023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1조 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0%(2조 8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영업실적으로, 이자이익은 59조 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자이익 증가율은 전년보다 5.8%(3조 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1년 전 증가율이 21.6%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은행권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이자이익의 핵심요소인 순이자마진(NIM)도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NIM은 1.65%로 1년 전 1.62% 대비 0.03%p 상승하는 데 그쳤다. NIM은 지난 2022년 4분기 1.71%를 정점으로 지난해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 3·4분기에 연속으로 1.63%를 기록했다.
결을 같이 해 하나·우리은행은 2022년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NIM이 떨어지고 있고, 국민·신한은행은 지난해 2분기부터 2분기 연속 NIM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2분기 1.87%에서 4분기 1.84%로 0.03%p 하락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문제도 걸림돌이다. 5대 은행의 홍콩ELS 만기도래액은 약 13조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기본배상 비율(20~40%)만 고려해도 △국민은행 9489억원 △농협은행 1466억원 △신한은행 1333억원 △하나은행 738억원 △우리은행 37억원 등의 배상액을 줘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가계대출 확대 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도 은행으로선 부담요소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올해 위험요인으로 '가계·기업 등 취약차주의 부실'을 꼽으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수준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 영업실적이 준수한 편이었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당장 홍콩ELS 배상문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이 산적하다"며 "비용을 줄여서 수익성을 유지하는 긴축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