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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갑질·독점…국회관련 법률 국민이 정하자

2015-08-31 10:2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국회의원은 원래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을 ‘국민의 공복’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해온 짓을 보면,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기보다는 국회의원 자신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주된 활동은 입법활동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국회의원들은 입법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입법활동 이외의 분야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선거구 관리 활동, 정당 내 파벌활동, 소속 정당의 다른 정당에 대한 투쟁에 참여하는 활동, 군중집회·시위·농성에 참여하는 활동, 시민운동단체 및 압력단체와 관련된 활동 등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19대 국회 개원 이래 국회가 한 일은 국회의원 본연의 직무와는 거리가 있는 청문회다. 국회의원 본연의 직무인 입법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진지하게 심의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나 본회의는 개회했다 하면 곧장 개점휴업상태로 들어가고, 어쩌다 법안을 통과시킬 때는 심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이 나라 국회는 현시점에서도 국민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률, 통신비밀법과 테러방지법 등의 불처리를 들 수 있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이처럼 국민을 위한 활동은 소홀히 하면서, 국회의원 자신들을 위한 활동에는 열심이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봉급(세비)을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 그 결과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봉급을 받는 국회의원님들이 되시었다.

2013년도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국회의원 연봉액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일본(2억3천7백만원), 미국(1억9천5백만원), 한국(1억3천2백만원) 순이다. 이 연봉액수를 1인당 GDP에 대비하여 계산하면, 각국의 1인당 GDP가 한국(2만3천800달러)과 동일할 경우, 미국 국회의원 연봉은 8천7백70만 원이 되고, 일본 국회의원 연봉은 1억4천2백만 원이 된다.

한국 국회의원은 1인당 GDP에 대비할 때 미국 국회의원보다 월등히 많이 받고 일본 국회의원보다 1천만 원 적게 받는 셈이 된다. 그러나 한국 국회의원은 개인 연봉 이외의 비용(보좌진 인건비 등)을 연간 5억5천5백만 원 정도 지급받는데 반해, 일본 국회의원은 그 절반 정도만 지급받는다. 연봉 이외의 지급비용을 합산하면 한국 국회의원이 받는 1인당 GDP 대비 연간 총비용은 2015년 현재 7억 2백만 원으로 세계최고이다.

   
▲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이처럼 국민을 위한 활동은 소홀히 하면서, 국회의원 자신들을 위한 활동에는 열심이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봉급(세비)을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 그 결과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봉급을 받는 국회의원님들이 되시었다./사진=미디어펜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의 급여를 세계최고수준으로 꾸준히 올려온 것과 더불어 자기들의 기득권 유지와 소속 정당의 당파적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 정원도 꾸준히 증원하여 세계최고 수준으로 높여 놨다.

이 나라 국회의원 정원은 300명으로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16만7천400명이다. 이는 OECD 회원국의 국회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 9만9천500명보다 약 70% 정도 많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당 국회의원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인구당 국회의원수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OECD회원국은 국회의원에 대한 급여가 적은 국가 그룹(주로 유럽국가들)과 국회의원에 대한 급여가 많은 국가 그룹(주로 비유럽국가들)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의 비교대상은 국회의원 급여가 많은 국가 그룹이다. 그 그룹은 한국 미국 일본 멕시코로 구성되어 있다.

이 그룹 국가들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를 보면, 미국은 72만6천700명, 일본은 26만5천200명, 멕시코는 23만6천800명이다. 한국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16만7천400명이므로 이 그룹 국가 중에서 가장 적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인구당 국회의원 수에 있어서 한국이 4개국 중 최고라는 말이 된다. 적절한 비교대상이 되는 국가들 가운데 인구당 국회의원수에서 한국이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곧 한국의 국회의원 정수가 사실상 세계 최고수준임을 뜻한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최근 이미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국회의원 정원을 60명 정도 증원하려고 공작했다. 당연히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그에 반대했다. 지난 8월 1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75%에 이르는 압도적 다수 국민이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심지어는 57%나 되는 다수 국민은 오히려 국회의원 정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반발이 거세자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려는 공작을 슬며시 접었다. 그러나 이 나라 국회의원들의 근성에 비추어볼 때 언젠가는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려는 공작을 또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인구당 세계 최다의 정원을 가지고 있고 1인당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으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꼭 해야 할 일,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은 처리하지 않고, 본연의 직무 이외의 활동만 열심히 하고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배반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을 대표로 선출해준 주권자 국민을 배반하는 사태가 지속되면 이 나라의 대의민주주의는 머지않아 정당성을 상실할 것이다.

그러한 좋지 못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배반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 획기적인 조치란 국회의원의 급여, 정원, 행동윤리, 징계, 회의진행 등에 대한 법규를 국회가 아닌 ‘국민입법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설치하여 제정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의 입법권을 제한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국회로 하여금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을 올바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극히 민주적인 조치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국회 및 국회의원들에 관한 모든 법규를 국회가 독점적으로 제정하도록 해온 것이 불합리하고 국민주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는 것이었다. 그것의 불합리성은 각종 스포츠의 경기 규칙을 선수들이 정하도록 했을 때의 불합리성을 생각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대의민주주의국가에서 국회의원들의 국민에 대한 배반적 행태가 비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입법위원회와 같은 창의적 장치를 도입하여 시행한다면, 그것은 이 나라에서 국회의원의 국민 배반을 예방하는 동시에 정당성이 약화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의회정치를 구제하는 선구적 모범이 될 것이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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